05. 잘 해내고 싶단 마음을 인정하길
계약직으로 입사해서일까
나는 대체로 회사 일에 심드렁했다.
회사에서 내년도 계획이나 비즈니스 방향에 대해 말할 때마다 나는
'음 그렇군 그렇구나 오'
그게 전부였다.
종료가 명시된 기간이 있어서일까
나는 꽤나 부정적이었고 선을 그었다.
과한 책임감, 업무가 부여되면 부들부들 떨 때가 많았다.
사실 이건 돈만 많이 준다면 해결될 마음이었을지도
사수의 집중마크를 받아 인수인계를 받았지만
거짓말처럼 고객사는 새로운 방식을 요청했다.
나 혼자 하나하나 뜯어봐야 할 게 넘쳤다.
그렇게 심드렁하던 때는 언제고
나는 그것들을 잘 해내고 싶어졌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과 성실을 다하여
문제없이 실수 없이 무사히 해내고 싶어졌다.
그리고 이 마음을 인정하기까지 7개월이 걸렸다.
최대한 회사일에 나를 소진시키지 않으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도약을 준비하는 것
그것이 내 목표였으나 인생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일도 꾹 해내야 했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자꾸만 회사에 쓰이는 내 에너지, 시간에 분노했다.
내 일상에 내가 없는 게 말이 되냐고 한탄하면서.
회사에서 열심히 혼자 개척하며 하는 나
회사 일을 하며 어떤 성취감, 뿌듯함을 느끼는 나
잘 해내고 싶은 나
잘하지 못해 억울하고 화가 나는 나
실수한 스스로가 멍청해 혼자 우는 나
이런 '나'들은 내가 예상한 미래에 없었다.
그건 다중우주가 존재한다 할지라도 없을 모습이었다.
퇴사 후 재취업까지 내 머릿속에 나는
회사와 개인의 삶을 명확하게 분리한 채
쓸 수 있은 최적의 에너지만 쓰고
그 외의 에너지는 개인의 삶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렇게까지 열심히 잘 해내고 싶어 하는 나는 없었다.
그것이 낯설고 두렵고 어색해서 나는
이건 내가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아니긴 개뿔 그것도 나였는데
내가 그럴 리 없다며 도망치다가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저기서 훌쩍였다.
발길을 되돌아와 한껏 안았다.
응 나 잘하고 싶어, 잘 해내고 싶어.
인정하니 오히려 편해졌다.
이런 날도 오는구나
그토록 회사랑 나랑 안 맞아를 외치더니
기어코 스스로의 입에서 일을 잘 해내고 싶단 말을 하는구나
내가 그토록 부러워했던 직장인의 모습을 닮아가는구나.
이 모습조차
내가 되고 싶어 했던 , 그토록 동경하고 부러워하며,
한때는 열등감조차 느꼈던 '나'의 모습이구나
기어이 나는
내가 닿고 싶은 세계를 향해
오래 걸렸지만 가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