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뻔한 말을 믿어
전 연인과 헤어지고 힘들어할 때
친구들이 나를 다독이며 말했다.
"진짜 뻔한 얘기지만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
뻔하지 않았다.
시간은 날카로운 동시에 큰 포용력을 가지고 있어서
결국 그 상처들을 낫게 했다.
살다 보면 인간관계로 인해 마음이 미어질 때가 많다.
한때 서로를 잘 알았던 만큼 어떤 말에 무너지는지 알기에
할퀴어지는 말의 날은 긴 자상을 남겼다.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분노했고 자책했고 슬펐다.
따끈따끈한 상처에 친구가 말했다.
"모든 게 해결되고 완전히 낫진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근데 결국 켜켜이 시간이 쌓이면 그거대로 해결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 일상을 다시 살아가면서 말이야"
원인과 결과
과거와 현재
어제와 오늘처럼 나는 뭐든지 딱딱 맞게 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상처를 받았으면 이걸 반드시 낫게 만들어야 한다고.
사람들을 만나 위로를 얻고 글을 쓰고 돌아보고 반성하면서
이대로 내버려 두면 안 된다고 강하게 믿었다.
그런데 어떤 행동은 낫게 하길보다
스스로 더 후벼 파 곪게 만든다는 걸 알았다.
그땐 그저 시간을 믿고 서서히 차오르길 기다려야 한다는 걸
돌이켜보면 전 연인과 헤어진 후에도 친구와 연을 끊은 후에도 나는 내 일상을 이어갔다.
새벽에 일어나 출근을 했고
커피를 쭈우웁 마시며 일을 했고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회사 사람들과 '그래도 6대씩 치면 언젠가는 무너지지 않을까요?' 하며 시답잖은 농담도 주고받았고
독서모임에 나가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였고
길어지는 해를 바라보며 혼자 기뻐했다.
성실함 혹은 평범함이 쌓은 시간은
이전만큼 상처를 후벼 파게 만들지 않았다.
내가 그랬었지, 그러지 말아야지 생각만 했다.
뻔한 말이라 생각했는데
어쩌면 오래된 진리였을지도 모른다.
켜켜이 쌓인 시간이 덮어버릴 것들을
나는 이제 묻어두기로 했다.
분명 살아가다 보면 어떤 계기로 지난날의 상처가
발끝에 걸려 멈추는 순간이 올 것이다.
덮어두고 못 본 척했던 나의 열등감, 실수들이
나를 잡아채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때 그것들을 파헤치고 후벼 파지 말아야지
더 상처받으려고 안달 내지 말아야지
다만 그 위에 쌓인 시간들을 들여다봐야지
시간 위에 쌓인 삶들을 바라보며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골라야지
시간을 믿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