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걸 늦바람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네 번째 모임 : 저물어가는 일요일의 독서모임

by 블레어

회사 일로 인해 토요일 모임이 어려워 대체 파트너가 리드해야 할 것 같다는 리더의 톡이 단톡에 올라왔다.

대체 파트너가 리드 하거나 모두의 동의를 얻어 일정을 변경하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했다.

굳이, 대체 파트너가 진행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 우리는 일정 변경에 동의했다.

기존 정규모임이던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일정이 변경됐고 우리는 약속한 시간에 맞춰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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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은 확실히 토요일과 분위기가 다르다.

토요일은 즐거움, 쾌활, 활기참으로 가득찬 들뜬 분위기라면 일요일은 가라앉는 분위기다.

역시 다음날 출근을 생각하는 탓이겠지.


티카타카가 오가는 의견 공유가 아닌 주어진 이야기에 '제 생각은 이러이러 했습니다' 평서문으로 끝나는 내용이라서 그럴까 안그래도 쳐진 분위기는 활기를 점점 잃어갔다. 어찌 저찌 3시간이 흘렀고 뒷풀이를 하며 모두가 한 입으로 '진짜 축축 쳐지네요. 일요일이라 그런가'를 반복해서 말했다.

마침 그 때 우리는 여름 맞이 MT를 떠나기로 했기에 모인김에 숙소를 찾자며 의견을 모았고

MBTI 의 J형들이 대거 포진해있었기에 빠르게 숙소 예약까지 성공리에 끝마쳤다.

미지근한 술을 나눠 마시며 MT 얘기와 사는 얘기를 주고받다보니 금새 2시간이 지나있었다.

'시원한 술을 마시고 싶어' 라는 얘기가 모아지며 2차 분위기가 형성됐고 다음날 출근을 고려한 몇몇은 이만 가보겠다고 했다.

그렇게 소규모의 5명이 2차로 나섰고, 5명은 술자리에서 '도원결의'를 하고야 말았다.



술자리가 무르익어갈때 쯤, 모임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2030대 또래도 묶인 이들은 함께 마시는 술자리를 좋아했다. 고단한 고민을 나누는 건 아니지만 가볍게 얘기나누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풀리고 일상이 잊혀졌다. 낯선 이에게 자기 얘기를 쉽게 터놓는 이유가 낯설기 때문이 아닐까. 친함과 낯섦. 그 경계를 왔다 갔다 하는 고무줄놀이에 꽤나 나는 설렜던 것 같다.


이제 MT 와 MT를 다녀온 후의 모임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술잔이 더욱 빠르게 비워졌다.

언제나 그렇듯 마지막은 아쉽고 이별은 서글프기 때문이다.


영영 못 볼 사이가 아니란 걸 알지만, 각자의 업이 있는 직장인들이 한 곳에 모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에 다가올 마지막 모임에 대한 아쉬움을 안주삼아 한 두잔씩 술잔을 비웠다.


그러다 문득, 파트너에게 '모임연장' 알림이 왔다는 얘기가 나왔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모임 연장에 대해 논하고 있었다. 모임 연장을 오~래한 반의 경우 4년째 모임이 이어진다고 했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


황금같은 주말의 특정시간을 기꺼이 할애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이번 모임이 첫 파트너였던 파트너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했다. 본인의 부족한 부분이 뭔지 알았고, 사람들이 많이 탈퇴한 것도 개인적으로 좀 상처받았고, 그래도 이만큼 남아줘서 고마웠고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진다면 그 땐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술의 힘은 강력했고, 짧은 기간 동안 비어가는 술의 병 수 만큼 우리는 서로에게 꽤나 의미있는 사이였기에

우리는 하나같이 말했다.


"OO이 모임 연장해서 파트너하면 우린 당연히 같이 가지."

"맞아! 나도 OO가 파트너면 연장할게"

"당연당연"

"나 진짜 파트너 연장해? 한다? 진짜 지금 4명 다같이 가는거지?"

"당연당연 우리가 도와줄게 연장하자~"


그 날 마셨던 맥주가 10병, 소주가 4병, 기억에도 나지 않는 추가된 오징어 까지.

집가는 길에 도원결의 하며 안녕 인사를 고했고 거짓말처럼 , 어쩌면 운명처럼 이것은 '도원결의'의 시작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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