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테크노유신

by 소묘

지난 7월 국회에서 열린 AI 국방 세미나에 다녀왔는데, 팔란티어 한국지사장이 초청되어 큰 이목을 끌었다. 행사 시작 10분 전에 현장에 도착했음에도 몰려든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어, 결국 인근 카페에서 유튜브 라이브로 방청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당시 팔란티어 한국지사장은 한국의 낙후된 국방 시스템에 대해 호된 비판을 가했고, 현장에서 열띤 토론과 의견 개진이 있었다. 특기할 점은 세미나 주관을 국민의힘이 했는데, 집권여당인 민주당 의원 및 관계자는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만큼 아직 팔란티어를 위시한 미국 테크노-유신 세력이 한국 민주당에 대한 불신이 있다는 반증이겠다.


팔머 럭키도 동아시아에서 종횡무진이다. 8월초, 대만 최고의 명문대 대만국립대학교를 방문해 중국의 위협에 대해 일성을 가하며 “우리가 당신들과 함께 하겠다”는 연대 의식을 고취하였다. 곧이어 한국을 방문하여 K방산기업 수장들과 연쇄 미팅을 가지고 안두릴 한국지사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뉴스를 지켜보며 착잡하고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이들은 미국 패권의 유지를 위해 중국을 반드시 주저 앉혀야 하며 다른 지역에서의 지배력이 약화될 지언정 동아시아에서의 미국 영향력만은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지니고 있다. 한국, 대만, 일본에서의 활동 면적을 점차 확대하며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협력과 조화를 이루기 보다 갈등과 반목을 고취하는 냉전적 대립구도로 회귀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전운의 기운이 감돈다.


팔란티어와 안두릴의 선진적인 AI 기반 국방 시스템은 계속해서 주목해야 할 흐름이나,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서는 심히 곤란하다. 나는 팔란티어 안두릴의 서비스를 한국 정부 및 국방 서비스로 도입하는 것은 주한미군 문제 이상으로 안보 주권에 심대한 침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결정이라고 본다. 한 번 도입하게 되면 점차 그 적용의 대상을 확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팔란티어와 안두릴 없이는 홀로 국가 안보를 지키기 어려운 종속적 환경에 갇히는 최악의 오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KT가 팔란티어 파운드리를 도입하며 한국의 통신 데이터가 팔란티어의 데이터센터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팔란티어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 혹은 기업의 데이터를 결코 저장하지 않으며 사적으로 유용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는 대외적 이미지 메이킹일뿐 실제로는 지배력 확보를 위해 다 모으고 있을 것이다. 미국으로부터의 독립을 꾀하기는커녕 미국으로의 종속이 심화되는 국면이 펼쳐질 수 있다. 고로 실리콘밸리 우파의 세계관과 인물을 무지성 숭배하는 이들을 경계해야 한다. 나라 팔아먹을 사람들이다.


박정희의 5∙16과 10월 유신을 되돌아보고 있다. 아무리봐도 개인적 권력욕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지점이 많다. 특히 유신 이후 안보에서의 자주국방, 이념에서의 총화단결은 명명백백 명시적 독립을 넘어서 실질적 ‘자립’을 호소한 절절한 외침이었다. 그러나 그 뜻은 결국 미완에 그치고 말았고, 전두환 정권 들어서 다시금 속국의 옹졸함으로 회귀하고 말았던 것이다. 자주국방과 총화단결이야말로 지금 한국에 절실한 구호 아닌가? 독재라는 낙인 하에 지워진 역사를 바로세워야 하지 않을까?


1978년에 출간된 박정희의 <민족중흥의 길>을 주문했다. 이병철, 정주영의 자서전도 오늘 집에 도착한다. 알렉스 카프가 <기술공화국 선언>에서 1940-50년대 찬란했던 미국을 되돌아보며 “뉴 맨해튼 프로젝트”를 부르짖었던 것처럼, 대한민국의 1960-70년대 역사 다시 읽기와 역사 새로 쓰기를 통한 ‘K-테크노유신’을 도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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