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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용 Feb 21. 2022

삶과 죽음, 그 가운데 놓인 부조리.

시지프 신화 서평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 인생이 살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의 근본 문제에 답하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에게 삶은 죽음보다 더 가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넘쳐날 테니 말이다. 극단적 선택을 옹호하는 말은 아니지만 살다 보면 앞서 말한 대부분 사람이 생각할 법한 진리가 의심될 때가 있기 마련이다. 과연 삶은 죽음보다 가치가 있을까 하는 물음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죽음은 결코 경험할 수 있는 성격의 체험이 아니고 삶이란 것은 의미가 매순간 변하기 때문이다. 천칭에 놓인 삶과 죽음 중 매번 삶이 더 무거울 순 없는 노릇이다.


 극단적 선택에 대해 다루기 전에 죽음에 대한 고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죽음을 인생의 종결어미 정도로만 치부하면 더 깊은 사유를 하기는 어렵다. '인간은 죽는다'라는 비극적인 대전제는 모든 인간에게 평등하게 적용된다. 이러한 자명한 사실 속에서 우리는 부조리를 발견할 수 있다.


 내일, 그는 내일을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전 존재를 다하여 거부했어야 마땅한 내일을. 이 육체의 반항이 바로 부조리다.


 알베르 카뮈는 그의 철학 에세이 '시지프 신화'(이하 본작)에서 죽음과 극단적 선택에 대해 논했다. 죽음 자체의 목적론적 의미보다는 죽음의 의미를 통해 상기할 수 있는 것에 중점을 뒀다. 첫 예시로 죽음에 대한 반항을 통해 우리는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그러나 부조리한 것은 바로 이 비합리와, 명확함에 대한 미칠 것 같은 열망의 맞대면이다. 그 어느 경우에든 부조리함은 두 항의 비교에서 생겨난다


 삶과 죽음을 각각 항에 놓고 비교했을 때 발생하는 부조리의 시작은, 본작은 반항이라 표현한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의 매일의 의식과 반항을 통해 운명에 대한 도전이라는 그의 유일한 진실을 증언하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반항은 삶의 의미를 증폭시킨다. 반항으로 인해 삶은 쟁취하고 투쟁하여 노력해야만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성질의 것으로 변모한다. 이런 의미의 변화는 삶의 또 다른 원동력이 된다. 죽음이라는 절대적인 운명과의 대결이라는 숭고하고도 신화적인 모습으로까지 확장될 수도 있다. 그러나 반항만으로 모든 부조리를 귀결시킬 수는 없다. 아무리 의미를 부여한다 해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이때 인간은 반항에서 벗어난 자유를 꿈꿀 것이다.


 그러나 부조리와 맞뜨린 이 순간, 그 대단한 자유, 어떤 진리를 성립시킬 수 있는 유일한 토대인 그 존재의 자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는 잘 안다.


 본작에서 반항 이후 찾아오는 것은 사형수의 자유라고 표현했다. 그것은 완벽한 자유가 아닌 본인이 노예임을 인지한 희망이 없는 상태임을 은유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고대 노예와도 같은 책임 없는 자유에 갇혀 실로 부조리한 자유를 누린다. 이때 모든 사람은 죽음 앞에서 동일한 정도의 자유를 향유하며 경험을 쌓는다. 경험. 경험은 느낀다는 것이다.


 자신의 삶, 반항, 자유를 느낀다는 것, 그것을 최대한 많이 느낀다는 것, 그것이 바로 사는 것이며 최대한 많이 사는 것이다. 통찰력이 지배하는 곳에서는 가치의 척도가 무용해진다.


 본작에서는 이어 유일한 손해는 너무 이른 죽음이라고까지 사고를 확장한다. 한정된 자유 속에서 겪을 수 있는 유한한 경험으로 죽음이라는 무한한 가치는 오히려 무용해질 수 있다는 것이 그 근거이다. 차곡차곡 쌓아 올린 개인의 삶은 그 어떠한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또, 죽음으로 귀결되는 삶이라는 부조리 속에 '삶'이란 내포된 덤 같은 존재이다. 본작은 이런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세 번째 귀결로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리하여 나는 부조리에서 세 가지 귀결을 이끌어 낸다. (...) 나의 반항, 나의 자유, 그리고 나의 열정이다. (...) 나는 죽음으로의 초대였던 것을 삶의 법칙으로 바꾸어 놓는다.


 결국 본작에서는 자살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본작에 따르면 죽음이라는 거대한 담론에서 발생한 부조리는 인간이 일생 동안 맞닥들여야 하는 밤이라고 서술된다.


 희고도 때묻지 않은 광명이 비쳐 올 밤이어야 한다.


 죽음이란 멋들어진 마무리라고 생각한다. 끝이 난다는 일종의 표식일 뿐이지 결론이 되진 않는다.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죽음은 삶의 의미를 발견할 때 도움이 되는 라이벌이자 조력자일 뿐이다. 삶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어떤 형태로 만들어질지는 순수하게 '나'에게 달려있다.


-도서 정보


출판사 : 민음사

작가 : 알베르 카뮈

옮긴이 : 김화영


-참고자료


김화영, 파스칼적 주제의 현대적 변용 :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를 중심으로,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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