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용 Feb 21. 2022

반항, 자유, 열정

이방인 서평

 오늘, 엄마가 돌아가셨다. 아니 아마 어제였는지도 모르겠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이하 본작)은 충격적이고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본격적으로 소설을 읽기 전부터 생각이 많아지는 문장이다. 아직 이름도 모르는 화자가 패륜적인 인물인지 마땅한 사유가 있는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지 복잡한 심경으로 힘겹게 다음 문장으로 눈길을 돌렸던 기억이 있다. 그러고 나서 이 책을 덮었을 때, 다시 첫 문장이 떠올랐다. 그때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르다는 것은 죄가 된다.


 주인공인 '뫼르소'는 확실히 다른 사람과는 다르다. '뫼르소'가 비정하고 비인간적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표현 방식이 다르고 남들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을 뿐이다. '뫼르소'의 행동은 일종의 반항이라 읽힐 수 있다.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뫼르소'는 스스로 다르다는 것 즈음은 인식하고 있었을 터이다. 그러니 가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긴 해도 굳이 원래 하려던 행동을 바꾸지 않고 견지한다. 어머니의 장례식 때에도 '뫼르소'가 담배를 피워도 되나마나 고민했던 모습이 이러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뫼르소'는 어머니 생전에 양로원을 거의 찾아가지 않았다. 그 이전에 애초에 어머니를 양로원에 보냈다는 사실로 트집을 잡을 수도 있다. 그러나 '뫼르소'는 어머니를 사랑했다. 어느 순간부터 어머니와 단둘이 지내는 집에서 대화가 줄어드는 것을 보니 자신보다 어머니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느꼈을 것이다. 물론 '뫼르소' 혼자 버는 돈으로는 어머니를 부양하긴 어렵기도 했다.

 사랑에 대한 '뫼르소'의 생각은 연인인 '마리'를 통해서도 조금 엿볼 수 있다. '뫼르소'는 '마리'와 결혼은 할 수 있지만, 사랑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뫼르소'는 사랑과 결혼은 철저히 분리해서 생각했다. 결혼이 형식적인 절차 정도이며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결혼까지 할 수 있는 여자에게도 사랑에 대한 확답을 주지 못했을 뿐이다. '뫼르소'에게 사랑은 그만큼 무거운 의미이다.


 엄마는 이제 땅속에 묻혔으며, (...)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의 장례식 날은 무척이나 더웠다고 묘사된다. 더위로 인해 어머니가 양로원에서 찾은 삶의 마지막 약혼자인 '페레' 씨가 기절했고, '뫼르소'는 그날 기억이 거의 나지 않을 정도로 몽롱했다. 타인의 시선으로 봤을 때는 '페레' 씨는 장례식 때 기절할 만큼 슬펐다고 볼 수도 있다. 그때 '뫼르소'는 더워서 손수건으로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결국 '뫼르소'는 '페레' 씨보다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은 사람이 될 수있다. 둘 다 더위를 탔을 뿐이고 '뫼르소'는 더 젊고 건강해서 기절할 만큼 지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본작에서는 타인의 시선이 얼마나 무서운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같은 아파트 주민이자 폭력적인 포주, '레몽 생테스'를 만나고 '뫼르소'의 비극이 시작된다. '레몽 생테스'의 복수를 도와준 '뫼르소'는 다시 상대방에게 있어서 복수의 대상이 되었다. '레몽 생테스'가 한 아랍인 여인에게 행한 폭력은 얄궂게도 여인의 오빠와 '뫼르소'에게 되돌아왔다. '뫼르소'는 '레몽 생테스', '마리'와 함께 놀러갔던 휴양지에서 사고가 벌어졌다.


 그것은 내가 엄마를 묻던 날의 것과 똑같은 햇볕이었고, 그때처럼, 나는 이마가 지근거렸고, 피부 밑에서 모든 정맥이 울려 댔다.


 '뫼르소'는 그 아랍인의 오빠를 쐈다. 첫 번째 총성 이후 쓰러진 상대에게 네 발을 더 발사했다. 실수라고 할 수 없는 명확한 살인이었다. 그때 '뫼르소'의 머리에는 뜨거은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고 공교롭게도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느꼈던 것과 동일했다. 살인이라는 극한의 상황이 '뫼르소'에게는 어머니의 장례식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갔다. 같은 감정은 아니겠지만 '뫼르소'에겐 마찬가지로 극한의 경험이었을 수도 있다. 물론 '뫼르소'에게 이유를 묻는다면 그저 '더웠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고 그것이 '뫼르소'답기도 하다.


 타인의 눈에 '뫼르소'는 비정상적으로 보였다. 심지어 검사, 재판관, 자신을 변호해주는 변호인에게까지도 공감능력이 없는 사람 취급을 받았다. '뫼르소'의 답변은 남을 이해시키기 위한 것이 아닌 정말 솔직하고 가식이 없었다. 그래서 쉽게 오해할 수도 있었다. '뫼르소'의 살인에 대한 재판은 곧 어머니의 장례식과 연결되었다. 검사는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뫼르소'가 했던 행동에 대해 지적했다. 패륜적이고 몰상식한 사람, 어머니를 사랑하지도 않는 비인간적인 사람, 그것이 타인이 보는 '뫼르소'였다.


 감옥에 갇힌 '뫼르소'는 자유에 대해 사고했다. 통제된 상황에서 '뫼르소'는 본능적으로 자유를 갈구했다. 불가능한 것은 타협하고 만족했지만 자유를 향한 마음은 계속 솟구쳤다. 그제서야 '뫼르소'는 자유를 뺏는다는 것이 징벌인 것을 깨달았다. 자유의 소중함에 대한 역설적인 깨달음이기도 했다. 그래도 '뫼르소'는 통제된 상황에서 최대한 자유를 만끽했다. 그것이 진정한 자유가 나이었음을 알아차리는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뫼르소'는 사형선고를 받았다. '뫼르소'가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 사형 선고까지 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보였던 비상식적인 행동들 때문이었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남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 것은 결국 죄가 되었다.


 그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안에서 뭔가가 폭발했다. 나는 목구멍 가득히 소리치기 시작했다.


 작품 내내 감정적인 언동을 하지 않던 '뫼르소'는 죽음을 앞두고 변했다.


 나는 옳았고, 여전히 옳았으며, 항상 옳았다. 나는 이런 식으로 살아왔지만 다른 식으로 살 수도 있었다.


 변화가 옳다 그르다를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뫼르소'는 다르게 살 수 있었음에도 고집대로 산 것에 대해 생각했다. 이때 '뫼르소'는 어머니를 이해했다. 왜 인생 끝자락에서 약혼자를 두었는지 이해했다. 그것이 죽음을 앞둔 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행동이며, 자유를 향한 갈망이며, 열정이었음을 말이다.


-도서 정보


출판사 : 새움

작가 : 알베르 카뮈

옮긴이 : 이정서


-참고 자료


시지프 신화(민음사)

이전 05화 삶과 죽음, 그 가운데 놓인 부조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