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현재를 살아간다고 말한다. 현재는 얼마나 되는 시간일까? 막연히 우리의 관념 속에만 있는 시간의 개념은 아닐까? 현재는 순간과 같은 말일까 아님 다를까? 순간은 1초일까 그보다 더 작은 시간일까? 시간 관리라는 말도 그렇다. 내가 시간을 관리할 수 있을까? 그저 시간에 매달린 나를 관리하는 것인가? 시간에 대한 생각은 끝없는 질문으로 향한다.
과학자들의 분석에 의하면, 인간이 측정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시간의 단위는 ‘아토초(attosecond)’라고 한다. 레이저 광선을 통해 측정되는데 10의 -18승 분의 1초, 즉 0.000000000000000001초이다. 이 짧은 시간을 1초와 비교한다면 1초와 우주의 나이를 비교한 정도라고 한다. 물론 양자역학 이론에서는 플랑크 시간이라고 하여 10의 -43승 초까지 있다고 한다. 시간의 유효성을 잃어버린 시간이다.
아토초도 플랑크 시간도 모두 우리가 지각하지 못하는 이론의 시간이자 상상의 시간일 뿐이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현재라는 시간은 2~3초 정도이다. 우리가 그렇게 인지를 한다. 물론 이렇게 인식하는 현재도 환상에 불과하다. 현재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과거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실제의 현재는 우리 의식의 참여 없이 생겼다 사라져 버린다.
인간은 맛, 소리, 빛을 느끼는 감각기관은 있지만 시간을 느끼는 감각기관은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우리는 시간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외부에서 시간의 근거를 찾아 생각하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시계, 달력이라고 하는 기준에 시간을 넣어 가늠하긴 하지만 시간은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것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가 재미있는 일을 하면 시간이 금방 지난다. 자체 감각이 없기 때문에 외부의 현상을 통해 시간을 흐름을 알아채야 하는데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해서 외부의 힌트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재미없는 일을 하면 우리의 주의가 시간으로 옮겨간다. 시간이 길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행복한 시간은 빨리 지나가는 것 같고, 불행한 시간은 엄청나게 느리게 지난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간과 기억은 재미있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시간이 빨리 지났다고 생각하는 일을 기억하면 엄청 많은 일들이 기억난다. 반면 우리가 할 일이 없어 너무 지루하게 보낸 하루를 기억해보면 거의 생각나는 게 없다. 같은 시간 동안 얼마나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이 많았는지에 따라 기억의 양이 달라진다. 즉, 과거의 시간은 우리가 받아들인 정보의 양에 따라 길이가 달라진다. 이것은 우리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준다. 인생을 가치 있게 살고 있는 사람들은 기억의 밀도와 순도가 다르다.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 시간은 기억되지 않는다.
과거는 우리의 기억 속에서 우리 스스로를 행위자로 볼 때에만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매 순간 우리가 했던 행위와 경험이 있어야 ‘나’라는 존재를 만드는 기억의 밀도가 높아지고 우리의 인생은 보다 길어질 수 있다. 무엇을 아는 단순한 지식은 오래 기억되기 어렵다. 오로지 그것을 얻으려고 했던 치열한 행위가 있을 때 사건은 기억되고 자신의 이야기가 된다.
삶은 모자이크다. 밝고 어둡고, 복잡하고 단순하고, 화려하고 우중충한 순간이 모여 우리의 삶을 이룬다. 이 삶의 작은 조각들은 나의 현재와 접목되고 미래를 조망하게 한다. 흐르는 시간을 주체적으로 잡아당겨 살아갈 때, 나의 정체성은 보다 뚜렷해지고 나의 기억은 서사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