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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 Influence Jun 17. 2024

경청, 질문, 피드백 다 좋은데, 그 전에 해야 할 일

최근 코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코칭행동에서 이루어지는 경청, 질문, 피드백이라는 용어가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이를 증명하듯이 어떤 리더십 프로그램을 봐도 일명 코칭 3종 세트라고 하는 경청, 질문, 피드백은 빠지지 않고 다뤄진다. 조직에서 팀원들과 함께 팀의 성과를 달성하고 팀원들을 이끌어 가는데 있어 경청, 질문, 피드백은 매우 중요한 수단이며 팀장과 팀원 모두에게 꼭 필요한 행동이다. 그러나 문제는 경청, 질문, 피드백이라는 말이 너무나도 강조되고 있어서 오히려 그러한 행동을 하는 목적과 본질은 잊어버리고 단순히 보여주기 식의 요식행위로 전락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교육과정에서 만난 한 학습자는 이렇게 말을 했다. “저희 팀장님(임원급)은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면 저에게 오셔서 ‘나 오늘은 경청하는 모습 많이 보였죠? 내가 생각하기엔 적어도 8번 정도는 그렇게 한 것 같은데, 어때요?’라고 물어보시는 것이 하루 루틴이에요. 그렇게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이처럼 많은 리더들은 팀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적절한 질문을 통해 팀원의 이야기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요구받는다. 그뿐인가? 팀원들의 업무에 관심을 가지고 자주 피드백 해서 팀원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요 아닌 강요를 받기도 한다. 그런데 경청과 질문, 피드백을 무작정 기계적으로 하게 되면 팀장이나 팀원 모두 쌍방이 피곤해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실제 업무현장에서는 팀장이 경청하려고 귀를 쫑긋 세우면 팀원은 오히려 팀장의 눈치를 살피게 되고, 팀장이 질문을 하면 난감해하면서 대화가 빨리 끝나기를 바라며, 잘 되라고 해주는 피드백은 잔소리 또는 지적질로 들리는 상황이 벌어진다. 왜 이런 동상이몽이 벌어지는 것일까?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의 직장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리더십’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살펴보면 리더가 갖춰야 할 자질 중에 뭣이 중헌지를 엿볼 수 있다. 조사결과를 요약하면향후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리더의 역할이 더욱 강조될 것이고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리더의 유형으로 응답자들은 덕장’(63.7%, 중복응답)을 선택했다또한 리더가 갖춰야 할 중요한 자질로는 1위 책임감(53.6%, 중복응답), 2위 신뢰(49.4%), 3위 소통 능력 (48.5%), 4위 실무 능력(48.4%)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즉, 구성원들은 일과 조직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구성원들에게는 신뢰감을 주며, 원활한 소통 능력과 업무의 전문성까지 갖춘 리더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사결과에서 언급된 ‘덕장’, ‘책임감’, ‘포용력’ 등은 모두 신뢰를 기반으로 형성된다. 소통 능력과 실무 능력도 리더가 구성원들에게 일과 관계에 대한 신뢰감을 주기 위한 조건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리더가 구성원과의 관계에서 형성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번 생각해 보자. 신뢰가 없는 팀장과 팀원의 관계에서 팀장의 경청은 과연 팀원에게 진정한 경청으로 느껴질 것인지, 질문은 무엇을 위한 질문인지, 피드백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그렇다면 팀장은 팀원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해야 신뢰감을 높일 수 있을까? 신경경제학 연구센터의 창립이사이자 클레어몬트 대학원 대학의 경제학, 심리학, 경영학 교수인 폴 잭(Paul J. Zak)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린 기고문에서 사람과의 관계에서 신뢰감을 형성할 때 옥시토신(oxytocin)이라는 신경화학물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소개하였다. 옥시토신은 뇌에서 “다른 사람에게 접근해도 안전하다”라는 신호를 주는 요인 중 핵심이며, 우리가 신뢰감을 느끼거나 친절을 베풀 때 생성된다고 한다. 또한 다른 사람과 협력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감 능력을 강화시켜 준다. 


신뢰감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옥시토신은 어떤 상황에서 증가할까? 브로킹턴(Guilherme Brockington)과 동료들의 연구에 의하면, 스토리텔링이 옥시토신의 분비를 증가시키고 스트레스 반응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는 코티졸(cortisol)을 감소시킨다고 한다. 스토리텔링을 업무현장에서의 팀장과 팀원의 관계에 대입해 보면, 업무 지시의 상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업무 지시 상황은 팀장과 팀원이 가장 많은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면서 팀장의 소통 능력과 실무 능력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일상의 업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업무현장에서 팀장은 업무지시를 할 때 팀원에게 두루뭉술하게 지시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팀장이 바빠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의례 대충 말해도 팀원들이 다 알아들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앞뒤 다 자르고 던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팀장도 자신의 상사에게 지시를 받은 것이라서 제대로 파악이 안된 상황에서 일을 지시하는 경우가 있다. 팀장이 일의 목적과 방향, 중요성 등을 명확히 설명해주지 않고 일을 지시하게 되면, 팀원들은 Yes & Guess를 하면서 일을 정확히 해내기 위해 쓸데없는 시간을 낭비할 뿐만 아니라 일에 대한 의미감도 느낄 수 없게 된다. 제대로 설명을 해주지도 않으면서 팀장이 생각하는 결과물과 팀원이 해오는 결과물이 일치하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태도이며, 신뢰감 형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더 나아가 구성원이 일의 목적과 의미를 알지 못하고 업무를 지속하게 되면 자신은 그저 큰 기계에 속한 하찮은 부품이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 따라서 업무를 지시할 때는 일의 목적과 방향성, 고객이나 상사가 왜 우리의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지는지, 업무가 완료되면 이해관계자들에게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지 등을 상세하게 스토리텔링 해주는 것이 신뢰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업무를 착수하는 시점에서는 팀원들과 자주 이야기를 하면서 팀장 자신이 생각하는 결과물과 팀원이 생각하는 결과물을 일치시켜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경청, 질문, 피드백이 오가게 되고 이는 곧 리더의 코칭 행동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는 셈이 된다.


신뢰감 형성을 위한 또 하나의 관점으로 사람의 인상 형성에 미치는 영향과 관계된 고정관념 콘텐츠 모델(stereotype content model, 이하 SCM으로 표기)을 살펴보자. SCM은 사회심리학자인 수잔 피스케(Susan T. Fiske)와 그의 연구진들이 2002년에 처음 제안한 사회심리학 이론이다. 피스케는 우리가 사람이나 제품(브랜드 포함)을 평가할 때 따뜻함(warmth)과 유능함(competence)이라는 두 가지 주요 범주의 차원에서 판단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판단은 다른 사람들에게 행하는 우리의 행동을 유도하게 되어 결국 신뢰감이나 충성도를 형성하는 데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말론과 피스케는 따뜻함과 유능함의 두 차원에서 사람들이 보이는 정서적 반응과 행동적 반응을 정리해서 자신들의 저서에 소개하고 있다.

[출처 : The Human Brand(Malone & Fiske, 2013)]


SCM을 우리의 조직 차원에 대입해 보면, 팀원들이 자신의 팀장을 판단할 때 이 두 가지 요소의 조합에 따라 신뢰하는 정도가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아래 SCM 매트릭스에서 X축은 유능함(competence)의 영역으로 리더가 업무현장에서 보여주는 역량 또는 전문성을 나타낸다. Y축은 인간적 따뜻함(warmth)으로 리더가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 나타나는 온정적 감정, 성품, 진정성 등의 사회적 특성을 말한다. 가장 바람직한 모습은 1사분면에 위치한 인간적 따뜻함과 역량을 모두 갖춘 리더이다. 이런 리더와 함께 업무를 한다면 팀원들은 자신의 리더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존경심을 갖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능력도 없는데 인간적인 면모까지 부족한 리더에게는 경멸감을 느끼고 회피하게 된다. 즉, 이런 사람은 함께 있는 것도 부끄러워 한시도 함께 있기가 어려운 리더일 수 있다. 2사분면에 있는 인간적인 면모는 좋으나 역량이 없는 리더에게도 구성원들은 피곤함을 느낀다. 회사라는 곳은 일을 위해 모인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이다. 따라서 능력이 없는 리더 밑에서 일하게 되면 업무적으로 의지할 수가 없고, 배울 것도 없기 때문이다. 4사분면에 있는 유능하지만 인간미가 부족한 리더는 항상 질투가 따른다. 역량이 있기에 업무적으로는 따르고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뒤에서는 욕을 하고, 일 외에는 함께 하고 싶지 않은 리더의 타입이다.

SCM의 인간적 따뜻함과 역량에 기반해 팀장이 팀원에게 피드백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4가지 유형마다 팀원이 느끼는 점은 다를 것이다. 1사분면의 팀장은 인간적인 따뜻함과 함께 전문성까지 갖추고 있기에 그의 피드백은 가치가 높을 수 밖에 없다. 2사분면의 팀장은 인간미는 있지만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피드백에 대한 신뢰나 가치가 낮게 느껴진다. 3사분면의 팀장은 말할 것도 없이 시간낭비이자 피드백 받는 시간이 고통의 시간으로 느껴질 것이다. 4사분면의 팀장이 주는 피드백은 내용 측면에서는 들을 가치가 있지만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감정이 상할 수 있어 절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굳이 듣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리더가 경청, 질문, 피드백을 하는데 있어 인간미와 역량이 모두 중요한 요인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둘 중에 어떤 요인을 더 우선적으로 갖춰야할까? 피스케와 그의 동료들은 인간적이고 따뜻함을 갖추는 것이 먼저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인간적 따뜻함과 역량의 특성에 기반한다. 역량 또는 유능함은 영역이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작용하는 영역 특정적 특성인데 반해 인간적 따뜻함은 영역에 관계없이 일관적으로 적용되는 영역 일반적 특성이다. 즉, 역량은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다르게 평가 받을 수 있는 특성이다. 리더가 잘하는 영역에 있으면 역량을 높게 평가 받을 수 있지만, 새로운 영역이나 익숙하지 않은 영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인간적 따뜻함은 영역에 관계없이 작동하여 인간미가 있는가 없는가를 판단할 뿐이다. 쉽게 생각해 보면, 조직에서 흔히 상사를 볼 때 A 팀장 보다 B 팀장이 더 전문성이 있고, 능력 있다고 말하는 경우는 있지만, A 팀장이 B 팀장 보다 더 따뜻하다거나 인간미가 있다고는 말하지 않는 이치와 같다. 그래서 리더는 유능함에 앞서 인간적 따뜻함을 갖추는 것에 신경 써야 한다. 


인간적 따뜻함은 개인적인 관계에서 1:1로 작동하기에 팀장은 팀원들 한사람 한사람에게 개인적 배려와 따뜻한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팀장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각별한 노력 없이 타인과의 신뢰를 형성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명심하자. 위의 연구를 살펴보며 얻은 시사점을 요약하면, 팀장이 경청, 질문, 피드백이라는 행위를 형식적, 기계적으로 하는 것보다는 팀원 한사람 한사람에게 개별적인 관심과 따뜻한 말 한마디를 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또한 업무 지시나 도움을 줄 때 일의 의미를 느낄 수 있도록 차근차근 스토리텔링을 잘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런 점들이 선행되어 신뢰가 공고한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코칭 행동이라면 이론적으로 조금 부족하고 기술적으로 조금 서툴더라도 그 진정성으로 인해 팀장과 팀원 모두가 Win-Win 할 수 있는 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참고문헌]

1.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리더의 소통 및 위기관리 능력이 중요해진 코로나 시대, 지금 옆에 좋은 리더가 있습니까? 

(https://www.trendmonitor.co.kr/tmweb/trend/allTrend/detail.do?bIdx=1995&code=0402&trendType=CKOREA)

2. HBR : Why your brain loves good storytelling(Paul J. Zak, 2014)

3. Storytelling increases oxytocin and positive emotions and decreases cortisol and pain in hospitalized children(Brockington, G., Gomes Moreira, A. P., Buso, M. S., Gomes da Silva, S., Altszyler, E., Fischer, R., & Moll, J., 2021).

4. The Human Brand : How we relate to people, products, and companies(Malone & Fiske,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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