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하고 싶다는 마음을 시험하는 책
'너 진짜 출판사 하고 싶어? 너 진짜 출판사 할 거야?' 끊임없이 물으며 나를 시험하는 책이 있다. 김흥식의 <출판사 하고 싶을 때 읽는 책>이다.
저자 김흥식은 스물세 살에 평생 출판을 업으로 삼겠다고 다짐하고, 십 년 동안 돈을 모아 서른세 살에 출판사 등록에 성공한다. 그러나 이후 십 년 동안 헤매면서 모은 돈을 소진하고, 다른 일에 종사하며 다시 돈을 모아 마흔세 살에 재도전한다. 그 후 지금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약 30년 동안 출판의 길을 걷고 있다.
한마디로 출판계의 대부 같은 존재다. 그래서일까. <출판사 하고 싶을 때 읽는 책>은 출판사 창업부터 폐업까지, 책을 기획하고 판매하는 일까지 상세히 기록되어 있을 뿐 아니라, 책에 대한 그의 철학과 자부심이 가득 들어있다.
"세상 모든 상품 가운데 고객을 소비자라고 부르지 않는 업종은 출판이 거의 유일하다. 책을 구입하는 분은 '소비자', 즉 '써버리는 사람'이 아니라 '독자', 즉 '읽는 사람'이다." -32p
"책은 문명을 기록하고 전파하는 과정이다. 그러니 문명이 지속되는 한 출판은 인류가 행해야 하는 필수 작업이다. 오늘 새로운 문명이 탄생한다면 출판 또한 그 모습을 기록해서 후대에 전달해야 한다." -108p
"아무리 정보가 넘친다고 해도 뛰어난 저자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뛰어난 저자는 정보를 수집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보를 해석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볼 수 있는 정보가 눈앞에 펼쳐져 있어도 그 정보를 보고 무엇을 추출해 내는가는 사람마다 매우 다르다." -141
책에 대한 진심뿐만 아니라, 출판인과 예비 출판인의 폐부를 찌르는 쓴소리도 가득하다. 1인 출판사 창업을 꿈꾸는 나로서는 <작은 출판사 차리는 법>과 함께 '출판사를 해도 될까'라는 두려움을 갖게 한 책이다. 하지만 그 덕에 내가 책을 만드는 일에 얼마나 진심인지 고민하고, 얼마나 많은 준비와 노력의 과정이 필요한지 속도를 조절할 수 있게 해 준 책들이기도 하다.
15년 교직생활을 하며 느낀 바가 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교사'의 입장에 설 줄 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할 줄 안다는 것이다. 정말 그렇다. 똑똑한 아이들은 교사라면 무엇을 중요시할까, 어디에서 시험 문제가 나올까 생각하기에 공부 효율이 좋다. 무작정 앉아서 공부만 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많은 예비 작가들이 글쓰기 책을 읽는 것에서 벗어나, 출판사 관련 책도 읽어 보시길 권한다. 출판계가 돌아가는 원리를 알게 되면, 글을 기획하고 쓰며 투고하기까지 이전과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독자 입장에서 읽을만한 글인가?', '출판사라면 이 책을 출간할까?'와 같은 추상적인 질문과 다르다. 뼈 때리는 현실을 만나게 된다는 말이다.
물론 뼈 때리는 현실이 글쓰기 의욕을 사그라뜨릴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쪼그라들 것이었다면 일찍이 접는 것이 좋다. 저자의 말처럼 '출판이란 정부를 대신해 우리 사회, 우리 역사, 우리 문화, 우리 이웃의 문명을 기록해 후대에 전하는 성스러운 활동'이기 때문이다.
너무 독한 소리였나? 이 책이 그렇다. 이왕 글을 쓰기로 했다면, 출판인이 되기로 했다면 사명감을 가지고 꾸준히 하기를 권한다. 그래서 뒤 표지에도 '얼마나 오랫동안 출판을 하실 예정인가?'라는 매서운(?) 질문이 담겨 있다.
하지만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말이 있다. 이 책도 쓰디쓰지만 유익한 책이다. 예비 출판인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꼼꼼하게 담았기 때문이다. 이 정도까지 알려줘도 되나 싶을 정도다. 나는 몇 십 년을 헤맸지만, 너희들은 조금이라도 덜 헤매길 바란다는 마음이 느껴진다.
책을 덮고 많은 생각을 했다. 나는 준비가 되었나? 내 마음은 단단한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저자처럼 장인 정신으로 책을 만들 자신도, 한국 출판계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마음도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 좋고, 책을 만드는 과정을 상상하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오랫동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처럼 좋은 책을 만드는 날이, 언젠가는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