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건 나"
자칭 '나 연구 학자', 본업은 16년 차 윤리 교사입니다. 나다운 삶을 찾아가는 여정을 글로 씁니다.
이 글의 끝에는 [오글오글(오늘도 글을 쓰고, 오래오래 글을 씁니다) 질문]이 주어집니다.
함께 쓰며 '나 공부' 같이 해요.
이사 전 집은 달리기 좋은 환경이 아니었다. 집에서 나오면 도로로 나와 신호를 건너는 과정을 거쳐야 달릴 수 있었고, 달리는 길도 중간중간 끊겨 흐름이 좋지 않았다.
지금은 다르다. 달리기 좋은 환경이다. 하천을 낀 자전거 길이 아파트와 연결되어 있고, 내 실력으론 다 달리지 못할 만큼 길다. 그런데 이사한 뒤 5개월이 지나서야 첫 달리기를 했다. 물론 이사 후 정신을 차리고 보니 겨울이었고, 추위를 많이 타는 몸뚱이를 밖으로 이끄는 건 힘든 일이었다.
어쨌든 봄은 오고, 몸도 무거워진 것 같아 다시 달렸다. 묵혀 두었던 게 서운했던지, 런데이 앱은 업데이트와 설정 과정을 거쳐 힘들게 구동됐다. 초심자답게 '처음 시작하는 플랜'을 선택해 5분 웜업부터 시작했다. 혼자 달리면 외로울 줄 알았는데, 런데이 앱 코치님(?) 덕에 힘차게 걷고 뛰기를 반복했다.
"기분이 상쾌할 겁니다!"
"벌써 절반이나 달렸습니다!"
"잘하고 있어요!"
어떻게 알고 적절한 때에, 이렇게 적절한 말을 해주는지. 섬세하고 파이팅 넘치는 코치님의 응원을 받으니 입꼬리가 스윽 올라가면서 달리기에 탄력이 붙었다.
러너스 하이는 나 같은 초보는 턱도 없는 이야기인지, 달리는 동안 이런저런 생각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나의 달리기가 좀 멋져 보였으면 좋겠다는 과시적 생각, 얼굴살이 출렁거리는데 탄력이 떨어졌나 보다 걱정, 생각보다 발목이 괜찮네, 팔은 이렇게 움직이면 괜찮을까, 저기 달리는 저 남자는 달리기 며칠째일까, 저 강아지보다 내가 빨리 뛰어야지, 하천에 떠있는 저 오리는 뭐 먹고살지 등등.
그렇게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걷고 뛰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을 알리는 코치님 목소리가 들린다.
"첫 달리기를 성공적으로 해냈습니다!"
이어지는 경쾌한 음악과 계속된 칭찬에 어깨가 으쓱해졌다. 나도 할 수 있구나. 시작하면 되는구나. 뿌듯함과 작은 성취감이 온몸의 혈관으로 쭉쭉 뻗어 나갔다. 달리기 한 번에 지난 이 주간 있었던 스트레스가 조금은 해소되는 것 같았다.
내가 나를 응원한다면
지난 이 주는 즐겁지만 우울했다. 남들 출근할 때 나는 하고 싶은 일 맘껏 할 수 있어 즐겁고, 그렇게나 바라던 평일 낮의 햇살을 누릴 수 있어 행복했다. 하지만 천성이 성취 지향적이라, 올 한 해 뭐라도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슬슬 몰려왔다. 그래서 휴직 중인지 취업 준비 중인지 모를 정도로 빡빡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해야 하지만 하기 싫은 일을 계속해서 미루는 자신을 보며 우울하고 답답했다.
그런데 오늘 달리기를 해낸 뒤 깨달았다. 처음 뛰기 시작한 사람처럼 조금씩 걷고 뛰다 보면 언젠가 끝이 난다는 것을. 그리고 그 과정을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힘을 내서 달릴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오늘부터 나만의 '런데이 앱'이 되기로 했다. 그동안은 내 한심한 모습을 보며 질책하고 한숨을 푹푹 쉬었다면, 이제는 런데이 앱 코치님처럼 나를 위한 단계적인 계획도 세워 주고, 가는 방법도 자세히 알려주고, 좋은 정보도 계속해서 줄 것이다. 무엇보다 나만의 속도로 꾸준히 갈 수 있도록, 결국은 시작하고 끝까지 해낼 수 있도록 진심 어린 응원을 해줄 것이다.
'혜정아, 시작했다니 멋지다!'
'조금씩 꾸준히 해 보자!'
'절반이나 했어. 너무 잘하고 있다!'
'너무 잘했어. 이제 숨 고르면서 조금 쉬어 볼까!'
'오늘도 해냈구나! 내일도 나만 믿고 잘 따라와.'
[오글오글 질문]
내가 나를 응원해주고 싶다고 생각한 경험이 있나요? 나에게 해주고 싶은 응원의 말은 무엇인가요? 그 경험과 응원의 말을 글로 써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