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출판사의 슬픔과 기쁨>
1인 출판사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뒤 기뻤다. 해볼 만한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의 이치가 그러하듯 쉬운 일은 없다. 그런 면에서 좋아하는 일이 해야만 하는 일이 되는 것, 그리고 그것이 숭고한 생계를 해결해 주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자 행복이다.
<1인 출판사의 슬픔과 기쁨>은 그런 '쉽지 않은 세상'에 관해 말하는 책이다. 저자들은 독자가 책 제목을 떠올릴 때마다 '앗! 또 틀렸다'라고 말할 것을 예측했을 텐데 구태여 이 제목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의 기쁨과 슬픔'이다. 어떤 일이 문득문득 슬픔을 가져올지라도, 대게는 기쁘기 때문에 기쁨이 먼저 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슬픔을 앞 세웠다. 1인 출판사의 슬픔과 기쁨. 프롤로그 제목인 '당신은 조금 웃을 것이고 또 조금 울지도 모르겠다'도 마찬가지다. 이 책의 핵심 독자는 1인 출판사를 꿈꾸는 이들일 텐데, 기쁨과 희망이 아닌 슬픔을 먼저 이야기한다. 이 책의 전반을 감싸는 감정은 슬픔이다.
슬픔의 원인은 역시나 돈이다. 요즘 시대에 책을 만들어 먹고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독서 인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책에 나오듯 ‘책을 너무 많이 좋아해서, 책을 만들고 파는 조금 이상한 사람들‘이 있다. 이 조금 이상한 사람들, 그러니까 1인 출판사 대표인 저자 11인은 책을 좋아해서 출판사를 창업하게 된 과정, 출판사를 운영하며 생긴 에피소드를 과감 없이 털어놓는다. 출판사 창업 방법에 관한 내용은 없다. 읽다 보면 과연 출판업계에 발을 담가도 되는지 걱정될 정도다. 그럼에도 그들이 계속해서 출판사를 운영하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희망은, 책이 끝날 때까지 나타나지 않는다. 그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 분투하는 이들의 잔상만 남을 뿐이다.
그래서 요즘 슬펐다. 1인 출판사의 꿈을 가지고, 그 꿈이 추상화에서 세밀화로 변해갈수록 나는 점점 더 머리가 아프고 슬프다. 내가 아무리 이상주의자이고 몽상가라지만, '지난 세월보다 마음을 더 구겨 가면서, 입에 들어가는 모든 것과, 행동에 제약을 받으면서 이 일을 해낼 수 있을까'라는 현실적인 고민이 든다.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이토록 숭고한 일이었는지 뒤늦게 깨닫곤, 새로운 길을 가는데 주저하게 된다. '당신은 교직이 천직이며, 교사와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라는 말을 들을 때면 고민이 더 깊어진다. 이리저리 조각난 마음이 흩날리다 보면, 내가 이것을 진짜 좋아하는 게 맞나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그럴 때면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기 위해 노력하는 내 자신을 본다.
이 책의 저자들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좋아하는 일이 현실이 되고 보니, 생각보다 팍팍한 현실에 조금 눈물이 날 것이다. 그래도 글을 다듬고 책을 만들다 보면, 그저 좋아서 조금 웃기도 할 테다. 그렇게 슬픔과 기쁨 사이를 오가며, 좋아하는 일을 계속 좋아하기로 마음먹는 하루하루를 보낼 것이다.
한겨레 출판편집학교를 다니며, 서점에 깔린 책들의 70프로 가까이가 1인 출판사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저자들의 출판사 중에도 새롭게 알게 된 출판사가 있다. 내가 알든 모르든, 자기 자리에서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1인 출판사를 응원한다.
출판사 대표이자 편집자인 저자들은 원고 마감일을 칼같이 지키고, 오탈자도 없어 수정할 것이 거의 없었단다. 앞서 가는 이로서, 이 책을 써주신 모로 대표 조은혜, 마름모 대표 고우리, 발코니 대표 희석, 꿈꾸는인생 대표 홍지애, 책나물 대표 김화영, 책덕 대표 김민희, 혜윰터 대표 이세연, 세나북스 대표 최수진, 봄날의 곰 대표 박지예, 더작업실 대표 서남희, 느린서재 대표 최아영 님께 감사를 전한다. 나도 꼭 그 뒤를 따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