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의 독백>을 읽고
<원의 독백>은 ‘발견, 영감, 원의 독백’ 세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 임승원은 무엇을 발견하고, 무엇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무엇을 읊조렸을까. 뭔가 대단한 것이 있을 것 같지만, 실상 그가 발견하고 영감을 얻어 '독백'이라는 형식으로 기록한 것은 그의 경험 전체이다.
재개발을 앞둔 지저분한 골목길, 남루한 자취방, 어제 먹은 짜장면, 친구와 대화하던 놀이터, 비 내리는 풍경, 오래된 운동화, 그가 산 가방, 첫 카메라, 취향, 좌절, 도전, 악플 등등. 그는 삶의 모든 것을 관찰했고, 그곳에서 무언가를 발견해냈으며, 내면에서 무언가 끌어올려 글과 영상이라는 매체를 이용해 기록했다.
타고난 크리에이터인 걸까. 그러해 보인다. 하지만 그는 ’기록‘의 힘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한다. “그래서 나는 글을 모은다. 나의 생각으로 미래를 쌓기 위해서는 글이 필요하다.” 그리고 “위대한 수많은 것들도 그 시작점은 한없이 작았을 것이다. 모든 게 다 그렇듯, 아주 자그마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모래를 쌓는다‘라는 말로 표현한다. 모래를 쌓을 수 있을까? 작은 바람에도 쉽게 흩어져 버리는 작은 알갱이들을 쌓을 수 있을까? 그는 그렇다고 말한다. 물이 있으면 가능하다고. 그리고 우리 삶에서 물의 역할을 하는 것이 ’기록‘이라고 이야기한다. 그 또한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독백을 오랫동안 꾸준히 기록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 기록이 나와 같은 독자들의 독백을 이끌어 내고 있다. 그의 바람대로 되었다. 그의 책을 읽고 한 문장씩 곱씹으며 생각을 쌓고 있다. 나의 하루는 어땠나. 그 속에서 발견한 것은 무엇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그로 인한 나만의 독백은 무엇인가. 이렇게 생각하고 기록하다 보면 나의 인생도 그의 인생처럼 ’손혜정스러운‘ 삶이 되지 않을까 싶다.
<원의 독백>을 읽으며 생각난 책이 있다. 유시민 작가의 <어떻게 살 것인가>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유시민 작가는 “더 즐겁게 일하고, 더 열심히 놀고, 더 깊이 사랑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 연대하고 싶다.”라고 말한다. 내가 본 임승원은 즐겁게 일하고, 열심히 놀고, 깊이 사랑하는 사람이다. 삶에 대한 고민이 치열한 사람들은 사는 형태가 비슷한가 보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좋아하는 일을 재밌게 오래 하는 사람
가난하지만 낭만을 잃지 않는 사람
생계의 숭고함을 아는 사람
자신의 삶을 깊이 사랑하는 사람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임승원 같은 사람.
손혜정 같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