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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까만 오른발 Aug 25. 2022

할까 볼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 관람 vs 풋살동호회 출전

(표지 내용은 2019년도 경기 포스터로 대체합니다. 출처 : 전북 현대 모터스 공식 홈페이지)


  오늘 저녁 7시 30분부터 전북 현대와 우라와 레즈의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전이 예정되어 있다. 그리고 약간 격이 떨어지지만 오늘 저녁 6시 30분부터 풋살 동호회 정기 3파전이 예정되어 있다.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 전을 집에서 에어켠을 켜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관람을 할 것인지 퇴근하자마자 오도도 달려가서 덥고 습한 날씨에 땀을 삐질삐질 흘려가며 남정네들과 몸을 부대끼며 풋살을 할지 고민이다. 



  지난 8강전에서는 전북 현대와 비셀 고배가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3:1로 전북 현대가 승리했다. 지난 한일전에서의 패배를 전북이 설욕하는 듯한 통쾌함이 들었다. 특히나 이번 시즌 케이리그 1에서의 전북 현대의 경기력은 비셀 고베에 맞서기에는 우려스러운 경기력을 보였었다. 그러나 아주 통쾌한 승리로 팬들의 기대에 보답을 했다.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연장 후반 비셀 고베의 마지막 코너킥 이후 문선민의 적극적인 수비 이후에 쾌속 드리블로 가볍게 득점한 문선민의 세리머니. 이미 득점하기 전부터 구상한 듯 슈팅 이후 일본 관중석을 향해 통통 튀는 춤으로 승리를 자축한 장면이 정말 재밌었다. 문선민이 대한민국 국민이라 자랑스러웠고 내가 일본인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경기가 끝나고 보니 이 경기장이 일본 축구의 성지 사이타마 스타디움이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대비하는 일본이 출정식을 하기 위해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을 사이타마에 불러 우리나라 팀을 출정식의 제물로 삼으려 했다. 그러나 박지성의 심장과 기성용의 오른발 그리고 염기훈의 왼발을 가진 우리나라는 일본을 단숨에 제압했다. 현 전북 현대 모터스 어드바이저 전 대한민국 전설 박지성은 득점까지 하고 본인을 조롱하던 일본 관중의 기를 지긋이 눈빛으로 제압했다. 

 



  이 짜릿함을 전북 현대의 경기를 통해 다시 맛볼 수 있어서 후련했다. 나는 케이리그 경기를 보는 걸 좋아한다. 나이를 먹으니까 밤새서 해외 축구는 못 보겠다. 그렇다 보니 케이리그를 더 친숙하게 보고 있다. 내가 사는 지역에 인접한 전주를 연고로 하는 전북 현대를 응원하고 있다. 전북 현대의 이번 시즌 행보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초점을 맞춘 것 같아 보인다. 이미 비셀 고베와의 경기에서 우승 후보로서의 면모를 마음껏 뽐낸 전북 현대의 힘찬 행보를 티브이로 편하게 보고 싶다. 


  특히 우라와 레즈는 전범기를 경기장에 걸어 몰상식적인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 팀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런 팀에게는 도저히 져서는 안 되는 사명을 가진 전북 현대가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그러나 나의 운동 일정과 겹치는 바람에 지금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일단 혹시 몰라 운동 가방에 풋살화와 유니폼을 챙기기는 했다. 


  빨래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축구용 양말을 신고 운동할 때 입는 언더웨어를 입고 출근했다.


  그리고 혹시나 동호회에 나가 운동을 한다면 한 골 정도는 꼬박 넣기 때문에 아침에 거울을 보면서 문선민 선수의 세리머니도 연습해봤다. 박자를 타면서 통통 튀는 게 쉽지 않았다.


  높은 확률로 풋살 동호회에 나갈 것 같다. 모임을 앞두고 역시나 불참자에게 연락이 오고 있다. 매주 참석자를 대상으로 출전 예비명단을 짜는데 내 이름은 빼놨다. 그때부터 오늘을 고민했다. 그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   


  오늘은 전북 현대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닥공 모드로 운동을 해야겠다. 최강희 감독 재임 시절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들었던 조성환 선수에 빙의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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