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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꿀권리 Feb 24. 2021

인생에 완주가 가능할까

괜찮아! 잘살아온거야 

동국대 미래융합 교육원에 개설된 강좌 중 청소년 명상 지도자 과정이 있다.

이 강좌에서 한 파트를 맡아  '청소년 이해하기'란 주제로 강의했다.( 2020년 2학기 강좌)

11차시가 진행된 상태라 수강생들 사이에는 친밀감이 어느정도 쌓인(생긴)듯하다.

11월 24일에는 ‘그림책을 통해 내 마음 알아차림’ 이란 주제로 수업을 진행했다.

 그림 책을 보며 느낌점과 자신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과거의 나와 지금의 마음 상태 등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됐다.  


ㅇㅇ 수강생은 지난 일년이 매우 힘들었다고 한다.

32년을 교사생활을 했고 자신이 그리던 교사의 모습으로 정년 퇴직을 하려고 했는데 

지난해 명퇴를 했다.

계속해서 교직에 있다 보면 자신이 생각했던 모습으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교직에 있을 때는 바쁜 와중에도 운동도 열심히 하고

많은 걸 배우러 다니고 일을 벌리며 활기 차게 생활했다.

그런데 교직을 그만 두고 갑자기 이석증이 심하게 와서 운동도 할 수 없고

일상 생활에도 많은 불편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한없이 위축되고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 수업 시간에 자기에게 보내는 연민이라는 주제에 한없이 눈물을 흘린 모양이다.

(이 수업은 다른 선생님이 진행하심) 이 이야기를 듣고 다른 수강생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것은 인생에 완주를 못했다는 느낌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했다.

자신도 남편과 가족들이 말렸지만 남편의 월급으로 시댁과 자녀들 뒷바라지가 힘들어 음식 장사를 했다.

음식 솜씨도 있었고 장사도 잘 됐다고 한다. 그런데 가족들이 자신의 빈 자리를 힘들어 하고 자신도 더 이상 버티는 것이 의미가 없겠다 싶어 식당을 손해보며 정리했다고 한다.

그러자 온몸에 염증이 생겨 병원에 40여일 입원했지만 원인도 모르고 힘들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신이 결정했다고는 하지만 환경과 분위기에 떠밀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완주 못했다.

그 분노와 화가 염증으로 나타났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생님도 자신이 생각하는 교사의 모습과 역할에서 멀어지는 상황이 된 듯하다.

명퇴를 내가 결정했다고는 하지만 나의 온전한 결정이 아니었다.

완주하지 못했다는 상실감과 분노가 몸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분노라는 단어를 여러 번 썼다.

뒤이어 다른 수강생들도 거의 같은 맥락의 경험을 나누었다.



인생에 완주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완주의 사전적 의미는 목표지점까지 다 달림이다.

그런데 그냥 달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결함이나 부족함이 없이 완전하게 달려야 한다.

부족함이나 결함 없이 목표지점까지 인생을 살아내는 것이 완주라면 이걸 해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설령 사회가 정해 놓은 은퇴 시기를 맞췄다고 하더라도 완주라고 할 수 있을까? 

일을 어느 일정 시기까지 한 것으로 완주의 기준을 삼는 것도 많이 부족한 느낌이 든다.


『인생수업』이란 책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그 어떤 것이라도 단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당신이 무화과를 원한다고 말하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그 역시 시간이 필요하다고.

먼저 꽃을 피우도록 기다리고, 열매를 맺고, 그것이 마침내 익을 때까지 시간을 주라고”.말한다.


인생의 완주라고 생각하는 것이 맺어진 열매만을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열매를 통해 눈으로 보이는 결과만을 확인하고 인생을 잘 살았다고 위로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나도 30 년을 아이들 가르치는 일만 했다. 내 적성에 맞고 잘해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박수 칠 때 떠나라는 심정으로 일을 그만뒀다.

시기 적절하게 잘 마무리했다고 생각하며 2년을 보냈다.

그런데 일에서 거리를 두고 지난 시간을 반추해 보니 정말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열심히 살았다고 주변에서는 말하지만 나는 딱히 그런 생각이 들지도 않는다.


눈에 보이는 자잘한 열매는 거두었지만 그것이 익을 시간이 필요하다.

어쩌면 지금이 익어가는 시간으로 나자신에 가장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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