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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꿀권리 Jan 25. 2021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유산

매일매일 고민하다.

그림책 『할머니가 남긴 선물』는 할머니 돼지와 손녀 돼지 이야기다. 

할머니는 손녀와 모든 것을 함께한다. 청소, 식사 준비, 장작패기 등 집안일을 하며 오래오래 함께 살았다. 

하루는 할머니가 일어나지 못하고 손녀 돼지 혼자 집안일을 한다. 

침대에서 일어난 할머니는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식료품점 외상값도 갚는다. 

은행에서 돈을 찾고 통장을 해지한다. 

집에 돌아온 할머니는 돈을 지갑에 넣어주며 현명하게 쓰라고 당부한다. 

그리고 손녀 돼지와 마을을 천천히 산책한다. 

듣고, 보고, 냄새 맡으며 맛을 본다. 햇살과 나뭇잎, 구름, 연못의 정자를 함께 바라본다. 

집으로 돌아온 할머니와 손녀는 아침까지 꼭 껴안고 있었다. 

손녀 돼지는 할머니와 함께 갔던 호수 정자에서 하늘과 구름과 나무와 새를 바라보고 있다. 


그림책을 보면서 할머니가 남긴 선물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우선 집안일을 함께하며 할머니가 없어도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선물로 남겼다. 

두 번째 선물은 신뢰, 책임감을 남겨줬다. 빌린 책을 도서관에 반납하고 밀린 외상값을 갚으며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줬다. 

셋째 돈을 현명하게 쓰라고 했다. 아껴 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현명하게 쓴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남을 위해 가치 있게 쓸 수도 있고, 자신을 위해서도 돈이 소중한 것뿐만 아니라 현명하게 쓰려고 고민할 것이다.

넷째, 할머니를 통해 사랑도 배웠겠지만 무엇보다 내게 가슴에 남는 장면은 마지막이다.

할머니는 힘든 몸을 이끌고 손녀와 동네를 산책한다. 할머니는 손녀에게 추억을 선물로 남기고 싶었던 것이다. 손녀가 혼자 남았을 때 외롭고 힘들지 않게 할머니와 함께한 추억을 떠올리며 하늘을 보고 나무를 보고 새소리를 들을 것이다. 호수가 정자에 가면 할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늘 할머니가 함께 한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이 그림책을 보며 내 자녀들에게 남기고 싶은 유산이 정리되는 느낌이다.

우선 혼자서도 자신의 삶을 흔들림 없이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둘째 돈을 현명하게 쓸 수 있는 태도와 지혜를 갖게 하고 싶다. 

셋째, 죽음을 앞두고 외상값과 책을 반납하는 할머니처럼 자신과의 약속을 잘 지키고 신뢰할 수 있고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이런 나의 소망과 더불어 무엇보다 남기고 싶은 유산은 서로를 마주 보며 자신의 삶을 잘 살아가는 모습을 유산으로 남기고 싶다. 

 2016년 군에서 제대한 아들은 내 생일에 편지를 써줬다

“ ‘평범하게 사는 건 치열하게 노력해야 가능한 것이다.’ 고 미생에서 언급한 것처럼 평범함으로는 평범할 수 없는 시대에 먼저 발자취를 남기는 것이 대단하십니다. (중략) 아이들을 가르치며 보람을 느끼신다는 모습, 성실하고 한결같음, 진실 등 항상 모범이 되셨고 기준이 되셨고 자극이 되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부에 관심도 없고 흥미도 없었지만 비슷하게나마 노력을 따라 해 본 것이 지금까지 온 것 같습니다. (하략) “.

내가 의도하고 노력한 것보다 아들은 더 잘해왔다 

아들로 인해 좀 더 열심히 살았던 것처럼 이제 내 삶을 잘 꾸려 가며 울타리가 되는 부모가 되고 싶다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호기심을 가지고 배우며 현재를 즐기는 삶을 살려고 한다

후회와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나는 믿는다

그러한 나의 뒷모습이 아들에 인생에 선물로 남을 것이라고

할머니가 남긴 선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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