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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꿀권리 Dec 23. 2020

착하다는 말이 오늘도 나를
불편하게 합니다.

 

 

큰 아들 통금 시간을 9시로 정해 놨어요.

“아들이 잘 지켜요? “

“예, 잘 지켜요.’”

“어머! 아들이 참 착하네요.” 

“엄마 말을 잘 듣나 봐요. 아들이 착해서 좋겠어요.”

이구동성으로 착하다는 말을 했다. 모두 한 마음으로 착하다고 할 때는 가만히 있어야 하는데 나는 슬슬 마음이 불편했다. 


2주에 한번 만나 독서 토론을 하는 모임에서 느낀 감정이다.

자격증(독서 심리 상담사)을 공부하기 위해서 처음 만났다. 

그후 책을 읽고 필요한 공부도 더 하자는 의도로 3년이란 세월을 함께했다. 

독서 심리상담사를 공부하다 보면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시간이 많다. 

수업 시간에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하다 보니 서로에 대해 알게 되는 기회가 많다.

어린 시절 이야기와 부모의 양육 태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된 사이다.

최근에는 『놓아 버림』 『싯타르타』를 읽었고 이번 책은 류시화의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책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류시화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유롭게 공간을 선택할 수 있는 삶에 대해 한결 같이 부러움을 나타냈다.

책을 읽고 자아를 찾아야 한다. 진짜 나로 살아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을 했던 터라 

착하다는 말이 더 불편하게 들린 것 같다.

다른 아이들은 학원을 가기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늦게 아이들을 만나서 농구도 하고 놀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학원을 안 다니기 때문에 늦게 나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결같이 말 잘 듣는 아이를 착하다고 하는 것이다. 


나는 그 기준을 누가 만들었는지 아이와는 이야기해 봤는지 궁금했다. 

공부는 좀 못하지만 친구들과 관계도 좋고, 사교성이 좋아 걱정하지 않는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그리고 그 아이는 내가 몇 번 만나 공부 상담을 한 아이다. 

“00는 언제 친구들 이랑 놀아요?”

아이가 착하다는 말도 없이 불쑥 이 말을 하고 말았다. 

분위기가 좀 어색해지고 엄마 표정 변화를 줌으로도 알 수 있다. 또 내가 성급하게 이야기했구나 싶었다. 

아이들 이야기는 예민한 부분인데….. 엄마가 친구를 좋아하고 사교적인 아들이 좋아한다고 할 때도 다른 엄마들이 요즘은 자기 밖에 모르고 친구들 하고도 잘 지내지 못하는데 착하다고 칭찬했었다. 

친구를 좋아하는 아이가 애들 하고 만날 시간도 허락하지 않는 엄마말을 착해서 잘 듣는 걸까? 

착하다는 말이 무슨 뜻이지? 마음이 불편 해진다. 


엄마들은 어린시절 자신들도 착하다는 말을 듣기 위해 엄마 눈치를 보고 전전긍긍했다. 

그것이 지금의 불안감이 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착하다는 말은 인격에 대해 칭찬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준도 애매모호하고 칭찬하는 사람에 따라 주관적이다. 그리고 부모들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의도대로 행동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는 점점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하기 보다. 부모의 평가에 의존하게 된다. 

전문가들도 지적한다. 머레이 보웬은 (미국 정신과, 가족치료)” 아이는 부모의 바람에 적응하기 위해 ‘진짜 나’를 숨기고 ‘가짜 나’를 만들어 간다. 

로리 애쉬너는 『그녀는 왜 혼자서 구두를 고르지 못할까』에서 ”우리는 진정한 자아를 부모가 받아들일 만한 거짓 자아로 대체한다. 그들의 사랑과 인정을 절실히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


자신들도 어린 시절 부모의 양육태도 때문에 힘들었다. 

지금까지 마음이 불편하여 이제 자아를 찾겠다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있지 않은가? 

사춘기를 지난 아들한테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기 바래서 착하다는 말을 이구동성으로 하는 것이 불편하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로 내려오는데 70년이 걸렸다”는 김수환 추기경님의 말씀처럼 다른 사람의 처지를 공감하기는 힘든 거 같다.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머리에서 가슴, 그리고 발(실천)까지” 라고 신영복 교수님도 말씀하셨다.

엄마들 말에 생각이 다르면 동조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러나, 공감도 못하면서 성급한 질문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뒤늦은 후회를 하면서 실천이 힘들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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