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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꿀권리 Jan 25. 2022

형제애는 커피머신을 타고 흐른다.

커피의 향기


작은 아들이 갑자기 지방에 있는 회사로 취직이 됐다. 아직 졸업도 안 했고 가을보다는 봄 취업 시즌에 더 많은 인원을 채용한다고 하는데 아쉬움이 좀 남았다. 아들은 막연히 취업 준비를 하는 것보다 처음이니 우선 경험을 해 보겠다고 하며 오창으로 내려갔다. 부랴부랴 오피스텔을 얻고 짐을 꾸려 내려갔다. 이상하게 아이가 군대 갈 때 보다 더 허전했다. 군대는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는 생각에 그렇게 서운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다. 

이제 어쩌면 집을 영 떠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큰 아이는 출퇴근도 용이하고 집을 나가 독립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작은 애는 전공 특성상 지방 근무지가 많고 과 친구들도 대부분 지방으로 내려가게 될 거라고 했다. 그렇기도 하고 본인도 독립해서 나가고 싶어 하는 눈치다. 2주쯤 근무하고 서울로 올라오는 금요일 큰 아들이 커다란 상자를 들고 들어왔다. 

큰 아들은 커피를 유독 좋아한다. 원두를 가는 기계와 커피를 추출하는 기계를 샀다. 덕분에 카페보다 더 맛있는 커피를 즐기고 있다. 원두를 선택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작은 애는 이삿짐을 싸며 맛있는 커피를 먹을 수 없음을 가장 아쉬워했다. 그런 동생이 안쓰러웠는지 이사 기념과 곧 돌아오는 생일 선물이라며 커피 머신을 사 온 것이다. 내가 너무 힘 준거 아니냐고 말하니 “선물은 내 돈 주고 사긴 좀 부담되고 선물로 받으면 좋은 게 진짜 선물이라며 동생이 좋아할 거”라고 했다. 



2주 만에 집에 온 작은애는 형의 선물에 놀라며 좋아했다. 집에 있는 것처럼 내가 조절하는 재미는 좀 부족할 거라고 말하자, 자취생에게는 과분하다며 형에게 고마워했다. 예쁜 캡슐은 커피 맛을 더 기분 좋게 했다.  

가치를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선물이지만 이제 취업한 지 3년 차인 큰 아들이 동생에게 준 선물은 내가 몇 백만 원짜리 선물보다 더 큰돈을 쓴 것이다. 

3살 차이 나는 형제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싸우는 것을 보지 못했다. 중학교 때까지 자신의 생일 초대에 동생을 자청해서 데리고 갔다. 친구들하고 놀 때도 동생을 잘 끼워주던 큰 아들은 지금도 동생한테 잘한다. 외아들은 외로울 것 같아 둘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둘을 낳았다. 그런데 우애가 좋아 정말 다행이다. 어렸을 때 크면서 우애가 없는데 커서 우애가 갑자기 생길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들만 둘이라 아들 둘이 결혼하면 엄마가 외로울 거라고 주변에서 말한다. 엄마는 좀 외로워도 괜찮다. 너희 둘이 지금처럼 지내면 엄마는 괜찮다.



맏딸인 나는 살아 계실 때는 주도적으로 잘했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손을 놓고 정신이 없었다. 남동생들이 없었으면 그 큰일을 어찌 치렀을까 싶다. 그걸 생각하면 아들 둘이 살아가면서 서로 의좋게 지내는 것이 커피 향처럼 향기롭다. 오히려 둘이 아옹다옹했으면 외로웠을 거 같다. 

 작은애는 오늘도 내리고 있는 커피 사진을 톡으로 보내왔다. 향기가 전해진다. 그저 기분이 좋아 몇 번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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