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너무 많이 하면 정신병 걸린다던데, 방금 이해했다.
에브리타임, 인스타그램, 블라인드 등등
인터넷 커뮤니티에 썩은 글들이 너무나도 많다.
마라탕후루 챌린지를 봤다.
13살 여자애가 만든 노래가 빵 떴단다.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뭘 했더라.
내가 반친구들에게 줄 하트 모양 생일 편지를 만들고 있을 때
이 아이는 세상에 문화를 전파했구나.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키가 150cm였던 것 같은데
이 아이는 키도 크고 성숙하네.
젖살이 안 빠진 귀여운 얼굴이 인상적이다.
그런데 댓글창을 보니 정말 가관이더라.
갖가지 얼평 몸평에, 욕설과 성희롱이 난무했다.
고작 13살짜리 애한테 그런 말이 나올까.
비겁하다.
대중에게 자신의 재능을 용기 있게 선보인 아이와는 다르게
그들은 익명에 숨어 혐오를 표출할 뿐이니.
13살짜리 아이보다 덜 떨어진 인간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세상에는 이리도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많구나 싶어 나도 덩달아 혐오감이 들었다.
혐오가 난무하는 시대다.
여성들은 남성을 혐오하고
남성들은 여성을 혐오한다.
일반인들은 연예인과 정치인, 그리고 사회적 약자들을 혐오한다.
대체 무엇이 혐오하게 만드는 걸까.
나는 혐오시대에 질려버렸다.
문득 인터넷을 보던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버리고 있었는지 깨닫는다.
혐오하는 모습을 보며 감정 소모를 하고 에너지와 시간을 버렸다.
그 시간에 공부를 했으면
계획을 세웠으면
사랑을 했으면
나는 이전 보다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되어있었을 텐데.
얼마 전에 교양 같은 전공과목에서 삶의 목표에 대한 ppt를 만드는 과제를 했다.
“단 한 명의 이해자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자아실현하는 삶”
이것이 나의 대답이었다.
나는 솔직히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
연예인이나 정치인들에게도 관심이 없다.
부끄럽지만 사회적 약자들에게도 관심이 없다.
굳이 따지자면 여성인권을 지지하지만
젠더 갈등에도 크게 관심이 없다.
나는 혐오시대를 바꿀 만한 리더가 못된다.
사실 리더는 개뿔, 사회성이 좀 떨어진다.
나는 싫은 사람을 안고 갈 포용력이 없다.
혐오하는 이들을 끈질기게 설득할 만한 참을성과 분노조절능력도 없다.
나는 혐오시대에서 개인주의로 살아가기로 한다.
혐오로부터 세 발자국 뒤로 물러나 혐오 자체를 철저히 무시하기로 한다.
모든 혐오를 일일이 직면하기에는 내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나도 부족하다.
게다가 누구든지 혐오대상이 될 수 있는 시대 아닌가.
나를 혐오하는 타인 또는 공동체 하나를 바꾸는 것도 미치도록 어려운데 타인의 혐오까지 신경 쓸 여력이 되나.
신경 쓴다 해도 부끄러울 정도로 얕은 깊이에서 그칠 텐데.
내 삶의 목표만 해도 얼마나 실현하기 어려운 세상인가.
이해자를 찾는 것도 어렵고,
하고 싶은 것을 지속하는 것도 어렵고,
갖가지 혐오와 차별 속에서 오로지 능력으로만 평가받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이런 세상 속에서 타인을 혐오할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신기하다.
당신들은 그 정도로 능력자들인 건지,
아님 자기 삶을 포기해서 여력이 남아도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