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하고자 하는 마음은 정신병이다.
애초에 말이 안 됐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혐오스러운 것들뿐인데도
세상에 선한 것이 있다고 믿고 선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네이버만 켜도 기사 타이틀엔 혐오스러운 문구가 가득하다.
조회수를 높이려는 의도가 가득 담긴, 기사 대상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쓰레기글들.
그리고 그 자극적인 것에 끌려 클릭하고 소비하는 대중들이 가득하다.
인터넷포털사이트뿐만이 아니다.
인스타그램부터 유튜브까지.
누군가를 혐오하고 조롱하는 걸 즐기는 인간들이 파다하다.
보고 있자면 가끔은 뇌가 썩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
저것들을 본 내 뇌를 도려내고 싶을 때도 있다.
현실이라고 뭐가 다를까.
우리 랩 사람들은 가십을 모으기를 좋아한다.
정치, 연예 가십뿐 아니라
교수님들 사이의 이야기, 랩실 사람들의 이야기,
뒷담과 조롱으로 범벅된 매일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
사람들이 왜 그럴까.
왜 그런지 이해하려 하는 것이 시간낭비라는 것은 최근에 안 일이다.
그래도 아직 습관이 남아있는 건지
나는 여전히 이따금씩 사람들이 왜 그런지 자꾸만 생각하게 되는 듯하다.
내 10대 때의 세상은 애니메이션에 갇혀있었다.
가장 좋아했던 장르는 소년만화였다.
누가 봐도 절대선에 가까웠던 주인공들.
나는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늘
햇살 같고 정의로운 캐릭터들을 좋아했다.
그런 캐릭터 주변의 사람들은
늘 그 선한 카리스마에 이끌리고
그로부터 마음이 움직여 자신 또한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곤 했던 것 같다.
나 또한 그랬다.
나 또한 그 캐릭터 주변의 엑스트라처럼
그들에게 감동하고 그들과 비슷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렸을 적엔 그런 마음에
즐겨보던 소년만화 주인공을 상상친구로 두고
밤마다 고민을 털어놓거나 얘기를 나누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시간은 내게 있어
더 용감해질 수 있도록
더 선해질 수 있도록 해준 값진 시간이 되어주곤 했다.
세상이 애니메이션과는 다르다고 느낀 것은 대학원에 오면서부터였다.
그때부터 애니메이션 취향이 조금 바뀐 것 같다.
세상엔 저런 사람이 있을 수 없다는 잔인한 사실을 깨닫게 되어서일까.
그래서 요즘엔 선하고자 하는 마음 자체가 정신병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마음이 있기에 사람이 망가지는 것 같다.
그냥 보통의 사람이라면 상처받지 않았을 말에 상처를 받고
그냥 보통의 사람이라면 대충 넘어갈 일을 나는 넘어가지 못했다.
그 보통의 사람과 나와의 격차가
내게 내적갈등을 일으키고
그 갈등이 나를 쥐 파먹듯 조금씩,
그리고 꾸준히 망가트렸다.
이 마음만 버린다면
그 어떤 더러운 꼴을 보고도 아무 생각 안 할 수 있다면
내가 망가지는 일도 없었을 텐데.
정신병이 도질일도 없었을 텐데.
더러운 사회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이상
선하고자 하는 마음은 쓸모가 없다.
나를 망가트리고 병들게 할 뿐이다.
언제까지 어린애처럼 이상 속에서 살아갈 텐가.
어른이 된다는 건 어린 날의 선함을
조금씩 조금씩 버리는 과정일 텐데도.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