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국선아 또는 끌라라 Dec 18. 2021

마스크 가왕

무기력 일기

2020.08


종종 누군가 '마스크 없이 다니던 그때가 그립다' 말하면 그의 말에 한 번도 동조한 적 없다.

지난 2년도 그리고 앞으로도 마스크 쓰는 것에 크게 불편함을 느낄 것 같지 않다.

작년에 나는 길에서 참 많이 울고 다녔는데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어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우는 모습도 감출 수 있었고 또 누군가 알아챈다 해도 눈만 내놓은 내가 누군지 모를 테니까.

그땐 정말 눈물이 자꾸 나서 면으로 된 검은색 항균 마스크를 주로 썼다.

마르면 눈물 얼룩이 질만큼 축축하게 적시고 다녔었는데..

요즘은 그냥 kf 94 마스크 쓰고 다닌다.

지나고 보니 그랬네.


코로나가 반가운 건 물론 아니지만 글쎄.

마스크와 함께한 나의 2년은 싫은 점보다는 좋은 점이 많았다. 보여주고 싶은 것보다는

감추고 싶은 것이 많은 시간이었다. 복면을 쓴 가왕처럼 마스크 뒤에서 많은 용기도 얻었다.

지하철에서 유튜브 보면서 히죽히죽 맘 놓고 웃었고, 담배 연기 소굴을 지날 때면 조용히 욕도 했다.

이젠 좀 벗고 다니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 거 보니 잃었던 무언가를 찾은 것 같아 반갑다.

용기, 당당함, 자신감 그런 좋은 것들.



작가의 이전글 글쓰기의 어려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