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 일기
나는 글을 잘쓰고 싶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의미가 아니라 내가 실수를 잘하고, 과음도 잘하는 것처럼 버릇처럼 자주 한다는 의미로~ 내킬 때마다 거침없이 내 생각들을 써 내려갈 수 있는 그런 용기가 있다면 좋겠다.
머릿속에 있을 땐 나만 안다.
내가 하는 생각들이 얼마나 허무맹랑하고 실용적이지 않으며 때론 계산적이며 때론 유치하다는 걸.
그러다 또 아주 가끔은 멋지다는 걸.
그런데 나의 그런 내면이 타이핑을 통해 눈에 보이는 것이 되었을 때 내 안의 나와 마주 앉아 일종의 항마력 테스트를 하는 기분이랄까? 항마력 테스트에서 지면 정성으로 쓴 글을 제 손으로 삭제하는 벌칙을 받는다.
안에 있을 땐 분명 수수했는데 밖에 나간다고 얼마나 멋을 부렸는지 아주 촌스럽고 별로다.
그래도 도저히 쌩얼로는 나갈 용기가 없는데 꾸안꾸는 참 어렵고. 나를 있는 그대로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글 쓰기는 좀 더 쉬워질까.
그런데,
그것과 무관하게 조금의 꾸밈도 없이 내어 놓는 글 쓰기란 정말 가능한 것일까?
분명 멋진 사람만큼이나 멋없는 사람도 참 많은데
세상엔 왜 이리 멋진 글들만 넘쳐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