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감수성
다 큰 두 딸과 같이 사는 나는
아이들 생각이 조금은 두렵다.
한참 젊었을 때는 여권 신장을
당연한 사회적 숙제로 인식했고
거부감도 없었으며, 운동의 역사적
당위성도 인정했다.
그리고는 먹고사는 일이 바쁘다고
생각이 거기서 딱 멈춰버렸다.
고민 없이 수 세월이 지났다.
단절의 시간은 아이들과
대화를 어렵게 만들었다.
옳고 그르냐가 아니라
그냥 말을 하지 않는 것이
편해져 버린 것이다.
가끔 아이들이 내 그림을 보면
무엇이라 생각할까?
뭐 여자들만 죄다 옷 벗겨 놓았다고
'짐승' 치부나 하지 않을까?
짐승이라 하면 좀 낫겠다. 설마 범죄자
취급이야 하랴마는....
페미니즘 이야기만 나오면은 그냥 말끝을
흐리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