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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송 Nov 10. 2020

알아서 해! 의 의미

눈치는 센스는 필수가 아니다

저 과장님 이번 품의서는 어떻게 할까요?

여보 이거  살까 말까?

엄마 이거 해? 하지 마?

수많은 질문과 선택을 해야 할 때,

타인에게 책임을 미루고 싶을 때

흔히 쓰는 가장 최악의 답변이 "알아서 해"이다.


알아서 해 화법을 뭘로 해석해야 할까? 나는 "하지 마"라고 풀이한다. 하지만 알아서 해라는 대답을 들은 사람 중의 대부분이 그 뜻을 파악하지 못하고 하지 말란 일을 저질러 버리면 뜻풀이를 잘못한 죄로 모든 책임과 누명과 오명을 받으면 회사에서는 눈총을 아내에게는 잔소리를 엄마에게는 한숨을 듣고 마는 것이다.


본인의 신념과 책임감, 그리고 가치관에 따라서 선택지를 선택한다면 아마 후회 없이 지나갈 일이다. 실패를 하든 성공을 하든, 속이 후련하든, 괜한 짓 했다는 자책감이 들든 일단 시도한 자체에서 오는 만족감을 잠시는 느낄 수 있다 잠시는..... 적어도 본인에게만은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상대방이 하지 말기를,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알아서 하지 말아 주기를, 이렇게 말하면 하지 안 알 줄 알았다는 의사표현을 에둘러 말한 것이다.


그리하여 "알아서 해"하고서 일이 틀어졌을 때는 하지 말란 걸 굳이 고집스럽게 해서 문제를 만들었다는 흥분감과 분노를 그리고 애써 뜯어말리지 않았지만, 이렇게 안된 줄 알았다는 본인의 통찰력을 뿌듯해하며 후에 오는 허탈감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처음부터 하지 말라고 말리지 그러셨어요?"


본인이 자존심에 어디 한번 해보고 안되면 두고 보자는 괘씸한 심보도 있겠지만 잘못되었을 때 내가 바로잡아 위상을 세우겠다는 생각과 그냥 내 맘을 알아주겠지란 맘으로 본인이 깨우쳐 알아서 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이심전심의 마음이 통하지 않은 섭섭함도 묻어나는 알아서 화법~


"알아서 해"라는 완곡한 거절의 의미가 누군가에겐 정말 하고 싶은걸 해도 된다는 의미로, 또 누군가에겐 진정한 자유이용권을 주는 의미로, 결과에 상관없이 처음부터 하지 말라는 거였지만 하지 말라는 건 더 하고 싶고 그래서 잘하고 싶고, 예상 결과보다 몇 배이상 잘되야 본전인 무서운 말이자, 가장 대책 없는 말인 게다. 그러니 곧이곧대로 듣지어니 한국말이 어렵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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