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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송 Nov 30. 2020

사업계획

공지글 : 2021년 사업계획서를 각 부서별로 작성하여 회신 바랍니다.  서식 폼은 보내드리면 각 팀별 양식에 맞게 작성하여 편집하여 사용하시고, 문서 파일명에 각 팀명 저장하여 xx월 xx일 해당 부서 본부장 참조하여 회신 바랍니다.


연말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보고서이자, 연례행사 이건만 사업계획서 작성과 제출은 회사생활을 할 만큼 했어도 매년 적응이 안되고 힘든 일이다.


지금은 많이 낳아지긴 했지만, 예전에는 그리고 아마 지금도 사업계획을 위하여 야근을 하고 수많은 데이터를 엑셀로 피벗을 걸며 숫자를 맞추고, 그에 해당하는 수많은 기타 첨부 자료를 활용하여 표 만들고 차트 만들고, 그림 붙여넣기 하고 정말 지겹고 역겨운 일이다.


보고를 위한 보고, 업무를 위한 업무이며, 꼭 지켜야 하는 약속이 아닌데 꼭 지킬 것처럼 모두 이 계획에 미쳐있다. 팀원일 때는 팀장님이 시키는 데로 내 업무 내의 매출 데이터만 잘 만들어서 선배의 도움으로 작년 사업계획서를 모방하여 새로운 창조를 만들어 내곤 했다.


하지만 내가 팀장 자리에서 올라간다면 어찌 될까? 전체 팀원들의 내용 취합부터 임원들과 회장님 앞에서 발표까지 전부 해야 하는 부담이 있으니, 그렇게 사업계획서에 집착하는 팀장들 보고 꼰대 같다고 욕했지만, 결국엔 나도 우리도 그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다.


금년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면서 나는 내가 시행한 업무들에 대해서 놀라긴 했지만 한편으로 내가 참 대견하고 올해도 잘 버텨주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힘든 곳에서 힘든 사람들과 힘든 환경 속에서 얼굴을 맞대고 웃으며, 때로는 눈치 보며, 욕하며 올해도 얼마 되지 않는 월급을 위해 열심히도 살았구나 잘 버텨준 내정신과 몸에 감사하다.


회사는 직원들의 칭찬과 격려에 참 인색하다. 매출을 신장하고 목표를 이루면, 칭찬하고 격려하는 시간보다  그다음 목표와 성장을 이루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며 또 어떻게 달성할지에 대한 얘기를 더 많이 한다. 그러니 직원들이 팀들이 목적 달성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고 또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으며, 지금 또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갖고 있는지 아무도 궁금해하지도 물어보지도 생각하지도 않는다.


성장과 분배의 경제논리에서 직원 개개인의 고충은 그저 한 달에 한번, 분기에 한번, 일 년에 한 번 지급하는 상여와 시상금으로 퉁쳐버리고 모든 일에 대한 보상을 지급한 것으로 모두가 행복한 마무리를 했다고 회사는 일반화시키려 한다. 조금이라도 성장을 위하여 직원들이 실무적으로 일한 부분에 대해서 살펴보고 현재 직원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어봐 준다며, 지금의 업무를 개선하고 발전시켜서 효과적인 업무의 개선 방법을 알 수 있을 텐데 격려는 격려금으로 칭찬은 회식의 한잔 술로 모든 것이 끝나버리는 것이 지금의 자본주의 회사다.


내가 회시의 임원도 대표도 아니지만,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회사에서 힘겹게 버틸 내 자신과 나와 같은 수많은 직장인들을 격려해 주고 싶다.


올해도 각자의 자리에서 참 잘 버텨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분들이 잘 버텨주셨기 때문에 회사도 우리의 가정도 편안히 지금까지 올 수 있었어요. 모두가 시상대에 올라 상패와 상금을 받을 수는 없지만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버틴 모든 직장인들은 모두 상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을 말이죠. 오늘도 이번 주도 이번 달도 올해도 지금까지 잘 해오셨어요 내년에도 건건히 잘 버텨주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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