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송 Oct 13. 2023

김치가 되지 못한 깍두기

깍두기가 왜 깍두기인 줄 아세요?

김장김치 속 재료인 무채를 썰다가 끝에 남는 자투리가 많아지다 보니,

남은 무의 자투리를 버리기 아까워서, 

자투리만 모아 김치 양념에 묻혀서 만든 음식이 깍두기래요.


김치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무 무침도 아닌,

이도저도 아닌 음식이 탄생한 거죠.

뭐 그래서 설렁탕에 깍두기처럼,

이제는 무시하지 못할 좋은 음식이 되었답니다.


깍두기라는 음식의 시초의 의미를 그래도 살려서 게임의 룰로 이용하기도 하죠.

내가 어릴 적 놀이를 할 때 인원수가 안 맞고 1명이 남으면,

그 사람을 깍두기로 하고 인원불균형을 이룬 채 진행했습니다.

깍두기는 보통 같이 게임을 즐기는 인원들보다 나이가 1~2살 어리거나

게임을 잘 못하는 사람을 깍두기로 삼죠.

깍두기만 하는 사람은 늘,늘,늘~~깍두기만 됩니다.

한 번도 메인에 가지 못해요


깍두기는 게임 안에서 너무 많은 역할을 하면 안돼요,

게임을 너무 잘하거나 열심히 해서 게임의 밸러스를 무너뜨리고

일방적으로 몰아가면 그 판은 깨지는 겁니다.

그래서 깍두기는 엉뚱한 타이밍에 죽어줘야 하고,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눈에 띄지 않게 최대한 열심히는 하되,

대세에는 지장이 없는 역할을 해야만 합니다.


게임을 안 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중요한 역할이 아닌 플레이어!

깍두기의 사명은 그런 건가 봅니다.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김장김치가 되지 못하고,

김차가 없을 때 몇 개 집어먹는, 김치의 보완재 같은 가성비 좋은 깍두기!!

일하다 보면 만나는 사람과 사람들 사이에서,

그리고 신입사원과 중도입사자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깍두기 직원 여러분!


힘내세요, 우리는 게임의 플레이어의 깍두기가 아닌

김치가 못된 깍두기가 아닌

상위와 아래를 오가며 팔방미인이랍니다.

중간에서 조커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어서,

업무에 효율을 높일 수 있고, 우리는 상급자로 올라가기 위한 초석을 만드는 거랍니다.

지금까지 잘 견뎌오셨어요, 이제 딱 한 발자국, 딱 한걸음 남았다고 억지로 버티세요.


무운을 빕니다.

작가의 이전글 뭐 절이 어째고 어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