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내가 어릴 때 무슨 일이 생기든 다 괜찮다고 해주셨다.
"엄마 나 머리에 비듬이 너무 많은 거 같아"
"괜찮아, 머리 잘 감으면 다 없어져"
"엄마 나 키가 좀 작아서 놀림받고 속상해"
"괜찮아, 밥 잘 먹으면 다 커"
"엄마 나 입옆이 아파 이상해"
"괜찮아, 입 커지려고 하는 거야"
"엄마 나 아무리 공부해도 성적이 안 올라"
"괜찮아, 열심히 하다 보면 좋아질 거야"
늘
무슨 일이든
무슨 주제든
엄마는 괜찮다고 다 괜찮아질 거라고 말해주셨다.
사실 괜찮지 않은데?
많이 속상하고 아프고 때론 해결이 안 될 때도 있고
엄마가 잘 못 아시는 경우도 있고
그렇게 괜찮게 넘어가선 안 되는 것도 있는데 말이다.
그런데 나도 엄마 나이쯤 먹고 이제 엄마의 우주에서 벗어나
내 우주가 생겨나고 비로소 나의 홀로서기가 시작되고 나니까
그렇게 엄마가 괜찮다고 하는 말이 너무나 그립다.
이제는 누구도 괜찮다고 해주는 사람은 없고,
회피하거나 내가 책임지거나 내가 감당해야 하는
무게가 되어버렸다.
영화 '굿윌헌팅'의 명대사에는
"that's not your fault"가 나온다.
내 잘못이 아니라고
내 실수가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도 좋지만
네 잘못이지만 괜찮아
네 실수지만 괜찮아
라고 말해주면 정말 괜찮을 것 같은데
이제는 주변에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없다.
나이가 들 수록 스산해지고
흉금 할 친구는 적어지고
내 선택에 내가 책임져야 하는 일이 많아지고
언제나 선택과 후회는 돌이킬 수 없는
굴레 같아질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벌어지는 일이 아픔인지
분노인지, 슬픔인지 공감하기 전에
그냥 괜찮아요 다 괜찮아요
괜찮아질 거예요 덤덤히 말해준다면
그걸로 될 텐데
너무 많은
너무 깊은
너무 아련한
위로를 원하는 게 아닐 거니까
모두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괜찮아요 다 괜찮아
이 일도
그 사람도
저 문제도
그 어떤 것도
괜찮아요 다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