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10일의 기록
1.
이제는 자전거를 타도 시원하지 않다. 바람은 뜨듯 미지근해 진지 오래라, 시원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더운 바람 속 습기가 곧 비가 올 것을 예고라도 하는 것처럼 무거워 앞으로 나아가기가 힘들다. 페달을 밟을 땐 모든 상념이 사라진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조차 아득히 보내버린 채로 나는 지금을 밟는다. 시간이 지나 땀이 나기 시작하면 그 때 나는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마라톤을 하는 사람은 끝없는 고통과 함께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2.
오래 된 도서관의 낡은 나무 향에 나를 담근다. ‘온다리쿠’라는 작가의 책들은 언제나와 같이 836.6에 비치되어 있다. 모두 두 번 이상은 읽은 책들이지만 나는 다시 한 번 꺼낸다. 온다리쿠의 책을 읽을 땐 그 세계로 여행을 하는 것만 같아 나를 잊을 수 있다. 나는 내가 아니며 새로운 삶에서 살아가는 누군가이다. 그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들판을 지나 나에게 다가온다. 책을 덮을 때 느껴지는 허망함은 한 세계에서의 내가 죽었기 때문일까. 그러므로 나는 매일을 살고 매일을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