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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A Aug 30. 2016

제 1 회 <문학의 밤>

밤에 책을 읽어요, 나 홀로 하려던 문학의 밤.

<문학의 밤>을 열었다.


<문학의 밤>이 뭐냐고? 낄낄. 사실 밤에 혼자 책을 읽으려니 뭔가 심심해서 만든 혼자하는 행사의 이름이다. 그러니까 결국엔 혼자 노는 데 이름까지 붙이고 포스터까지 만들었다는 얘기다!

(자세한 얘기는 아래서 하기로 하자.)



위 사진이 내가 만든 <문학의 밤> 포스터다. 원래는 혼자 할 계획이었는데, 은비 언니가 함께 하게 되었다. (이 사람 중간에 잤다!) 어쨌든 책과 다과를 준비하여 시작하게 되었다.


<문학의 밤> 에 준비한 책 목록은 포스터에 써 있듯 다음과 같다. 은비언니의 책과 나의 책들.


그리고 내가 준비한 다과, 가루 커피와 체리가 들어간 초콜릿.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해 놓고서 본격적으로 <문학의 밤>을 즐겼다. 아래부터는 어제 실제로 <문학의 밤>을 진행하며 적어놓은 글이다.


이제 어제 열린 <문학의 밤> 행사를 글로나마 즐겨보자.

참고로 글이 기니 PC로 읽는 것을 추천한다. (과연 누가 이걸 다 읽겠냐마는)



<문학의 밤>


나는 홀로 문학의 밤을 열기로 했다. 가끔 이렇게 무언가를 하고 싶은데 할 용기가 나지 않을 때면 하나의 프로젝트처럼 취급하는 취미가 있다. 한 번은 혼자서 일본 음식들이 너무 먹고 싶은데 혼자 먹을 용기가 나지 않아서 <일본 문화 탐방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한 적도 있었다. (예산 문제 때문에 포기했었다!)    


그렇게 또 쓸데없는 다짐 덕에 시작된 게 문학의 밤이다. 도서관에서 심지어 예약 까지 해서 가져온 이 책 두 권을 나는 그냥 날려버릴 수가 없었다. 분명 다짐하고 읽지 않으면 책상 위에 가만히 놓여 있다가 고대로 반납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이렇게나마 할 수 밖에 없었다.    

혹여나 잠이 들까, 유난스럽게 진한 커피까지 타 놓고 열 한 시가 되기를 기다렸다.(포스터엔 열 두시라고 되어있는데 아무래도 오타인 것 같다.) 무릇 행사라 함은 정시에 시작해야 제 맛이지 않은가. 딱 시간을 정해놓는 편이 스스로 에게도 편했다. 기다리는 동안 이번에도 역시 간단하게 포스터를 하나 만들기로 했다. 작은 포스터라도 만들어 놓으면 중간에 쉽게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들다 보니 또 욕심이 생겼다. 조금 더 예쁘고 문학적이게 만들기 위해 이리 저리 덧대고 색칠을 했다. 시간에 쫒기다 보니 마음에 들지가 않았다. 결국 그저 그런 포스터 두 장을 열 한 시가 다 되어서야 만들고서 끝이 났다. 갑자기 생각이 나 가방에 있던 체리가 든 초콜릿도 꺼내왔다. 책은 역시 씹거나 마시며 보아야 지루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 때 까지 연락하고 있던 사람은 총 네 사람이었다. 남자도 있었고 여자도 있었는데 그 중에서 이런 작은 감성을 나눌 만한 사람은 은비 언니 밖에 없었다. 게다가 우리는 글로 만난 인연이니 아무래도 문학 쪽 이야기는 더욱 편히 나눌 수 있었다. 나는 흔쾌히 <문학의 밤>에 초대했고 언니도 흔쾌히 나와 함께 하기로 했다. 게다가 오늘 책을 받아왔다며 소녀처럼 짝짝 좋아하기 까지 해서 덩달아 더 신이 나기 시작했다. 결국 포스터에 특별 게스트 이름으로 은비 언니 까지 집어넣고서야 <문학의 밤> 행사가 시작되었다.  

   

나는 오늘 일본에 사는 할머니가 쓴 책들을 가져왔다. 느긋하고 여유로우면서도 이제나 저제나 사람 사는 삶에 대한 이야기라는 후기를 봐서 기대를 많이 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어떤 사람이 작가 보고 그 할머니를 너무나 보고 싶다며 실제 사람처럼 대하는 글을 보았을 때부터 이 책이 너무나 읽고 싶었다. 이전에도 주인공 이름을 친구처럼 부르는 사람들은 보긴 했으나 이처럼 할머니 보고 싶어! 하며 당돌하게 외치는 이는 본 적이 없었다. 나는 그 글을 쓴 사람도 사람이었지만 할머니에게도 호기심이 크게 일었고, 그 길로 도서관에 가서 예약까지 하고 왔다. 책을 예약해서 찾으러 간다는 일은 사실 이전까지 생각해 본 적이 없으나 막상 이용해보니 꽤 괜찮은 시스템인 것 같았다.    


그렇게 책을 읽고 있으니 알 것 같았다. 할머니는 귀여웠다. 할머니가 귀엽기도 했고 할머니의 시선이 귀엽기도 했다. <문학의 밤>에 요코 할머니와 함께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도 책 두 권 모두 요코 할머니의 책이었다. 조금은 쓸쓸하기도 하고 어떨 땐 그렇게 웃길 수가 없기도 했다. 기본적으로는 점잖은 할머니인 것 같았다. 가끔은 꼬장꼬장한 노인네가 되었을 때 자책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집에서 만든 유자 청과 비슷한 온기가 느껴졌다. 따듯한 느낌보단 할머니 특유의 뜨듯한 느낌이 들었다.    


책이 술술 넘어가니 시간도 훌훌 흘러갔다. <문학의 밤>은 벌써 한 시간 반이나 지나갔고, 책도 벌써 반의 반 밖에 남지 않았다. 아까 타 놓은 커피는 식다 못해 차가워져 있었고 눈도 점점 침침해 지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책을 읽지 못할 정도라던가 무언가 포기할 정도까진 아니었다. 적어도 오늘은 포스터에 나온 대로 세 시까지 행사를 진행해야 했으니 어쩔 수 없이 정신을 차려야한다고 마음을 먹었다.    


책을 읽으며 가져온 초콜릿은 맛이 괜찮았다. 문득 생각해 보니 콜릿을 먹다가 너무 많이 먹어버린 것 같아서 책상 서랍에 넣어버렸는데 소용이 없었다.책을 들고 어기적거리며 일어나 초콜릿 통을 뒤적거린 뒤 두 알 꺼내 먹고 또 앉아서 책을 읽다가 또 두 알 꺼내 먹고 또 앉아서 책을 읽는 순서가 반복되었다. 이럴 거면 왜 집어넣은 거야!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그래도 집어넣어서 이정도 아닐까 생각을 하니 나름 합리적인 것 같아서 그냥 불편하게 왔다 갔다 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이렇게 초콜릿을 많이 먹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 초콜릿은 이상했다. 초콜릿을 먹고 싶어서 산 건데 초콜릿보다도 속에 들어 있는 체리가 훨씬 맛있었다. 초콜릿보다도 체리가 더 이상적인 맛을 하고 있었다. 나는 아주 빠르게 초콜릿을 깨부수듯 먹어치우곤 체리 알맹이를 조금씩 아껴먹었다. 체리가 이렇게나 맛있는 거였나. 말린 체리를 구할 생각도 먹을 생각도 없었던 것이 후회될 정도였다. 내일은 말린 체리를 사러 가 봐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까지 하게 되었다.    


그렇게 별별 생각을 하다 보니 시간이 흘러 한 시가 되었다. 그 사이 은비언니는 책을 읽고 있는 건지 혹은 자는 건지 연락을 해도 받지를 않아 알 수가 없어졌다. 나는 온전히 홀로 행사를 진행하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부터 혼자였으면 쓸쓸한 느낌은 없었으련만, 함께 시작해놓고 아무런 소식이 없으니 괜히 착잡해 진 기분이 들었다. 다행히 책이 끝나감에 따라, 요코 할머니와 정이 드는 것 같아서 아주 외롭진 않았다. 아끼는 책은 읽기를 아쉬워하곤 하는데 다행히도 할머니의 책이 한 권 더 있어서 위안이 되었다. 이 할머니는 내가 야심한 새벽에 당신을 궁금해 한다는 것을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글을 쓰는 사람은 대단하고 작가는 더더욱 대단하다, 라고 적은 뒤 책을 끝까지 읽었더니 요코 할머니가 2010년에 돌아가셨다고 적혀있었다. 갑자기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해졌다. 그리고 정말로 외로워졌다. 정이 많이 들었는데.     


당신 없는 세상에서도 당신을 생각하는 사람이 적어도 한 명은 있군요.    


두 번째 책을 간신히 집어 들었으나, 사실은 이미 집중력이 바닥을 치고 있었다. 눈은 뜨기보다 감기가 더 쉬웠고 은비 언니도 자고 있다고 확신했다. 함께 행사를 하는 사람이 먼저 행사를 끝내버렸다고 생각하니 시무룩해져서 나도 의욕이 사라졌다. 사실 핑계다. 핑계일 수밖에 없다. 졸림을 인정해야 했다. 첫 번째 <문학의 밤>이 한시 십 분에 문을 닫아버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하며 분해하면서도 졸린데 어쩌겠어?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글도 나름 세장 째 쓰고 있고, 책도 한 권이나 읽었으니 많이 읽은 거 아니야? 또 합리화를 시작한다. 그렇지만 정말 그렇긴 하다. 나는 오늘 일찍 일어났기 때문에 피곤하기도 했다. 사실 아까 밥을 먹을 적에 이미 충분히 자려고도 했었다. 아차. 이는 닦고 자야하니까 지금 닦고 오자.     


그러니까 이미 마음속으로 잘 준비를 모두 마쳐버렸다. 그래놓고 합리화 하며 마음을 편하게 하려는 것인데 사실은 모두 부질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혼자만의 행사라는 게 장점이 있다면 언제든 계획을 수정할 수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물론 원칙주의자라면 스스로와의 약속조차 칼같이 지키겠지만 아쉽게도 나는 원래 물러터진 토마토 같은 인간이다. 터트려도 그런갑다 하는 게 나란 인간이다.  

  

<문학의 밤>은 내일이나 모레나 혹은 다음 주나 낮이나 밤이나 아침은 말고, 어느 때든 다시 열릴 수 있다. 나는 또 시간에 쫒기며 포스터를 만들고 느긋하게 책을 읽다가 어떤 사연에 의해 때려치울지도 모르겠는 이 행사가 즐거우니 됐다. 약 두 시간 동안 충분히 즐거웠다. 건설적인 느낌도 들었고 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느낌도 들었으니 됐다. 초콜릿을 좀 많이 먹어서 속이 좋지 않은 것만 빼면 모든 게 다 괜찮은 행사였다.     

이제 막을 내린다. <문학의 밤>은 여기까지다. 글을 마침과 동시에 막을 내린다.


다음 <문학의 밤> 행사에서 만나요, 안녕!    



ps 1. 초콜릿에 대하여


초콜릿 통에는 당연하게도 초콜릿이 가득 담겨있었다. 몇 개나 들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많은 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뒤를 보니 총 5회 제공 량 이라고 되어있었다. 야금야금 먹다보니 벌써 3분의 1을 먹은 것 같았다. 아니 분명 5회 제공 량 이었는데, 하고 깨닫자마자 그만큼이 사라진 것이다. 보기 전 까지는 그냥 먹으면 먹지 뭐, 하는 심정이었건만 그놈의 5회 제공 량 때문에 왠지 더 먹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짜증이 났다. 사실 겉의 초콜릿 보다 속에 들어있는 체리만 쏙 빼 먹고 싶었지만 당연히도 불가능했기 때문에 더욱 짜증이 치솟은 것도 있다. 그렇게 정신을 차려 보니 반 정도가 사라지고 없었다. 망할.


ps 2. 아침에 일어나 적는 후기


역시나 타이틀을 정해놓으니 행동하기가 수월한 느낌이 들었다. 알차고 즐거운 시간 이었다! 일어나니까 초콜릿 때문에 여전히 속이 좋지 않았다. 다시 자려고 했으나 이상하게도 잠이 안 와서 결국 몸을 일으켰다. 언니는 2시 반 쯤 연락을 했었더랜다. 난 이미 쿨쿨대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에서야 볼 수 밖에 없었다. 언니는 영면할 뻔 했다고 했다. 괜찮아요. 나도 잤거든!




 그렇게 하여 문학의 밤은 조용하고 은밀하게 시작했고 조용하고 은밀하게 끝을 맺었다. 그런데도 좋아해 준 은비언니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참고로 은비 언니는 정말로 귀여운 사람이다!


그리고 또, 아침에 일어나 문학의 밤에 대해 글을 쓰며 여러 사람에게 자랑을 했다. 웃기라고 말 한 건데 다음엔 자기도 참여 시켜 달란다. 어쩌다 보니 함께 하기로 한 사람이 또 하나 늘었다. 내 주위에는 이렇게 내 이상한 짓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을까. 기분이 붕붕 뜨는 것 같다! 그래도 내가 아직은 즐겁게 살고 있구나!


별 것도 아닌 것에 신이 나고 또 즐거워 할 수 있는 사람이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혼자만의 행사였는데 적극적으로 관심과 사랑을 주어 고맙다.  비록 1회가 조금 일찍 끝마쳐 아쉽긴 했지만, 곧 2회를 열 생각이니 됐다.


다음 행사는 꼭 세명 이상이 함께 하길 바라며 이만 <문학의 밤> 후기를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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