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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A Jul 18. 2024

바람의 목구멍

웃을 장면이 없는데 마치 혼자 다른 장면을 보는 듯이 자꾸 웃는것. 이유를 물으면 답해주지 않는다. 웃음으로부터 시작되어 온 몸으로 풀풀 풍겨대는 미지근한 바람. 그 바람 속에서 혼자서만 자유롭고 나의 숨은 어렵게 만드는 것. 가벼이 날아와 무겁게 내려앉아 켜켜이 쌓이고 마는 것.


누군가의 이름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무언가가 내내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이번 이름은 떠오르는 것이 없어 곤란하다고 말한다. 얼굴을 바로 보기 전까지는 어떤 얼굴이었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했던 말을 자꾸만 잊는다고 해야 할 말도 자꾸만 잊는다고 말한다.


그 무엇도 바라는 마음 없이 전체를 모두 꿀꺽 삼켜보고 싶어 한다. 목구멍으로 넘어간 이후에 뱉는 건 배로 어려울텐데도 그러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아 홧병으로 죽을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홧병으로 죽는대도 삼켜볼 수 있는 건 미지근한 바람밖에 없다고 말한다. 애석하게도 그 바람은 삼키자마자 질식할 것만 같아 두렵고 나는 바람을 삼켜보고 싶은 게 아니라고 고개를 젓는다. 내 말에 슬퍼하는 얼굴을 보며 어쩔 줄을 모르고 발을 구르다 그 어떤 위로를 건네는데도 그 무엇도 정답이 아닌 기분이다.  달라고 했던 건 받지도 못하고 가지고 싶지 않았던 것만 선택지에 잔뜩 생겨 마음 속에 응어리가 잔뜩 지는 것만 같다. 그러고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두 손 두 발과 두 눈이 한 방향을 향해 걷는다.


아무런 가치가 없으니 사라져도 개의치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 것이 무색하게도, 내게 걸음 소리 마저 내지 않고 다가온 것이 황당하게도, 나의 발걸음은 땅에 의지해 턱 턱 무거운 걸음을 걸어대며 자꾸만 바람을 만들어내는, 어쩌면 공기 중에 떠다니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은 미지근한 손을 잡아 땅으로 끌어내린다. 이미 두 발이 모두 붙어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끌고 또 끌어내린다.


불러놓고도 왜 불렀는지 모르겠어, 너무 알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만 말해주었으면 좋겠어, 아무런 이야기도 기억하지 않아주었으면 좋겠어, 결국에는 나를 잊었으면 좋겠어, 아주 잊다가 어느 날에 갑자기 언제였던가 그런 일도 있었던 것 같다며 의아해 해주었으면 좋겠어, 그런데도 깊게 파고들지 않고 생각만 조금 하다가 말았으면, 그랬으면 좋겠어. 아무일도 아니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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