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에게 거짓말을 하고서는 남자가 곁에 없을 때 담배를 피웠다. 실은 구태여 거짓말을 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남자가 내게 피우고 싶으면 피워, 하고 말한 적 있으므로. 그런데 사실은, 내가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보이기가 싫었다. 싫었다기 보다도 어쩐지 머쓱했다. 내가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보면 그 남자는 내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것만 같았다. 담배를 피우는 동안에는 영 다른 곳에 둔 마음이 붕 떠오르느 그 순간을 그가 모르기를 바랐다. 그래서 나는 끊을거야, 하고 거짓말을 했다. 거짓말을 싫어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러했다. 그럴 수밖엔 없었다.
내가 본 이들 중에서도 그는 유독 거짓말을 싫어하는 사람이다. 선의의 거짓말조차도 싫어한다고 했다. 밥 먹었어, 물었을 때 상대방이 걱정할까봐 먹었어, 하고 대답하는 것조차도 싫다고 한다. 나는 그랬다. 나를 모르게 하면 거짓말도 괜찮아. 내가 모르면 그건 내겐 진실이 되는게 아니겠어. 밥 먹었다 대답하는 이가 정말로 밥을 먹은 것처럼 내게 말을 해 온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수도 있잖아. 그걸 원한 거면 나는 그렇게 하고 싶단말이야. 그러니 우리는 어울리기 참 어려운 사람들이구나. 듣고선 그가 고개를 저으며, 사실만을 말하면 되는 걸 뭐가 어려운거야. 하고 대답했다.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아. 다시 말하니,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게 어디있어? 우리 그러지 말자. 끝내 굽히지 않는 사람이다. 그렇게 거짓말을 싫어하는 이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겠어, 내가 담배 피우는 모습을 들키면 내 머릿 속에 들어있는 것을 너는 또 궁금해할텐데. 나의 표정을 보고선 어디에 있느냐고 물을테지. 대답하고 싶지 않아서 웃고 말아도 너는 의문을 가질테지. 나는 네게 의문을 주고 싶지는 않은데 어떻게 해야하는지. 내게는 대답이 어려운 것이 아니란 말이야. 구태여 꺼내지 않는 것도 거짓말이라고 한다면 말야, 이세상이 얼마나 엉망일 것인지, 너는 그걸 꼭 다 알아야겠느냐고.
그래서 담배를 어딘가에 넣은 다음 천 안에 감싸 가지고 다녔다. 아주 꽁꽁 숨긴 것은 아니어서 언제든 그것을 열면 그 곳에 담배가 있구나, 모를 수는 없는 거였다. 담배를 피우는 이가 담배의 형태를 모를 수가 없었다. 그 남자는 나를 만나면 내 짐을 들고선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나와 걸었다. 무거워, 이리 줘, 말해도 듣지 않고 내가 어딜 다녀오든 잠시 자리를 비우든 그것을 들고선 나를 기다렸다. 언젠가는 담배가 거기에 있었다는 걸 들킬지도 몰라하는 초조한 마음으로, 일이 생겼을 때 편히 자리를 비우기란 어려웠다.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게 어디있어? 자꾸만 떠오르는 말, 말.
덜그럭 덜그럭 내 짐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야 할 때마다 노심초사 하는 마음으로, 큰 잘못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나 다시 담배를 피우려고. 말을 꺼내면 그만인 일로 나는 마음을 졸였다. 그런 작은 불안으로 나는 그를 더욱 사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 조차도 거짓말로 여길까 하는 생각이 들어 두려웠지만 내 딴에는 그렇게 하는 게 최선이었다.
끝끝내 그는 내 짐 안에 담배가 들은 지 모른 채로 나를 집에 바래다 주곤 했다. 그렇게 많은 날을 내 짐을 들고 이리로 저리로 발걸음했다면 알 수도 있는 거였는데, 단 한번도 내게 거짓말을 했느냐고 책망한 적 없다. 여전히 모르는 채였다. 혹은 모르는 척을 나 몰래 했다. 다만 그것 역시, 내가 모르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