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백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NA Aug 24. 2024

나 그래도 여기서 잘 살았다





벽을 뚫고 자라난 풀, 봄에. 그곳이 시작인듯 새싹마냥 올라선 끈질김에 경이로웠던 적이 있더란다.


대견한 마음으로


지붕 위 올라선 몸, 봄에. 뜨거운 여름 빛 받아낼 각오를 한듯이 너는 발을 디뎠더란다.


나무들 사이에서 벗어나 새로운 땅을 마침내 찾아냈을 때에는 풀, 그것이 연약한 듯 보이겠지만, 누구보다도 억센 마음을 가졌다고


흔들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으로


무성히 꺾인 줄기, 여름에. 세찬 비에 견디지 못할 만큼 자라나 서로를 감싸안아 웅크렸더란다.


끝을 기대하지 않는 마음으로


굳세게 버티어 내는 풀, 여름에. 대단하게 봐주기를 내심 기대하며 몸을 뻗어냈더란다.


땅에서 벗어나 홀로 자리해 살아 견디어 풀, 연약함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살아냈다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마음을 나부끼는 몸, 가을의 초입에. 힘 없이 고꾸라져 초라한 모양새를 부끄러워했더란다.


서둘러 스러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라났던 곳으로 돌아가고파 하는 마음으로


지붕 위를 사랑했더란다.

뿌리내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더란다.


스스스 -


며칠 전 불던 것과는 다르게 서늘한 바람을 맞이하며 힘 주던 몸을 그 바람에 맡기었더란다.


지붕 위 올라선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하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거짓말 수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