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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먹는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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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A Sep 08. 2015

문배동의 문배동 함박스테이크

좋은 재료로만 음식을 만드는 향긋한 요리집



거리엔 프랜차이즈들이 즐비하다. 분식부터 일식, 양식, 한식까지- 요리의 장르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이, 수 많은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누가 누가 더 많은 분점을 내는지 다투고 있다. 가끔은 합리적인 가격에 꽤나 먹을만한 맛을 내기에 가보기도 한다. 그러나 역시, 요리를 즐길만한 공간은 아니다.


남영역 부근, 문배동이라 불리는 이 동네에 문배동 함박스테이크집이 있다. 모던하고 깔끔한 내부에, 유기농 채소와 1등급 고기를 사용해 요리를 만드는 요리집이다.








레스토랑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지금 이 곳을 영화의 한 장면으로 만든다. 달궈진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는 소리, 지글거리며 익는 패티의 향, 카운터에서 조용히 분위기를 살피는 가게의 매니저까지-

나는 어쩌면 지금 어떤 영화 속에서 살고 있지는 않을까. 조용하지만 강단있는 어투로 나에게 말을 거는 그녀도 영화의 한 장면 속에 녹아든다.

"음식에서 좋은 향이 나요."

다행히도, 내가 소개한 이 레스토랑을 그녀도 꽤나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다.

처음 나온 음식은 카레였다. 갖가지 유기농 채소와 소고기가 들어간 카레는, 카레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향긋한 맛에 어지러움을 느낄 정도로 부드럽고 조화로웠다.

뒤이어 자작한 소스 위에 올라가있는 함박 스테이크가 나왔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섞어 직접 만든 두터운 패티와 숙주, 잘 구워낸 버섯에 양파까지. 이곳이 얼마나 플레이팅에 신경을 썼는지 이야기 한다.  

달고 짠 맛, 시고 쓴 맛-, 맛이라는 건 개별적 요소인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보니 어우러질 때 가장 조화롭더라. 이 곳 음식은 특출난 한 가지 맛이 느껴지기보다는, 음식이 가지는 고유한 식재료의 향들이 한데 모여 자연스럽에 어우러지는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음식의 향을 처음 맡을 때 부터, 먹어서 소화를 할 때까지 풍요롭다.

풍요로운 식사를 한 지가 오래되었던 나는 자꾸만 발길이 그 곳으로 향한다.




- 프로젝트 나는 / 20150908 _ Deep in an Ancient Hawaiian Forest - Makana





문배동 함박 스테이크, 1만 6천원


내가 다녔던 홍대의 유명 함박스테이크집들 보다 2배가량 비싸다. 그러나, 먹으면 안다. 무엇이 다른지, 무엇이 이렇게 가격을 책정하게 만들었는지.


무항생제 한우 + 무항생제 한돈 목살을 직접 갈고 다져 숙성한 패티, 친환경 채소와 갖가지 재료로 만든 수제 소스가 어우러져 강하지 않은 소스에 패티 본연의 맛이 요리를 느낄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오늘의 카레, 8천원.


홈메이드 스타일 카레라지만, 엄마가 해 주던 집에서 먹는 카레 맛은 아니다. 나는 카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이 곳의 카레는 향긋한 맛에 자꾸만 찾게 된다. 유기농 채소들과 무항생제 소고기를 사용한 탓인지, 요리사의 정성이 들어간 탓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 곳을 알게 된 이후로 벌써 세 번이나 다녀왔다. 한 곳을 자주 가지 않는 나에게 어쩌면 정말로 마음속에 쏙 들어온 가게가 생긴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잔잔하고 편안한 음악을 바탕으로, 향긋한 요리 내음, 그리고 세심한 종업원까지. 부족함 없이 식사할 수 있는 곳이지 않을까.


향긋한 한 끼를 즐기고 싶다면, 문배동으로 가보자. 정말 좋은 재료를 사용하면 이런 맛이 난다는 것, 그리고 정성이라는 것은 이렇게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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