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 사과, 차로도 마셔요
작년 말부터 건조 과일이 주목을 받으면서, 다양한 건조과 시제품부터 건조과를 만드는 기계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건조과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첫 건조 관 딸기였다. 새콤하고 텁텁한 맛에 반해, 한동안 매일같이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니 건조 딸기 제품이 모두 사라졌고, 사과와 배만 남아 어쩔 수 없이 맛본 게 건조 사과다. 결론은, 수분을 모두 뺐지만 적당히 달큰하고 바삭한 사과 맛에 한번 더 건조과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가을 과일은 역시 사과와 배다. 추석도 성큼 다가왔기 때문에 우리 집도 사과 한 박스를 집에 들여놓았다. 겉보기엔 아직 덜 익어 보이지만 이미 단 맛이 가득하다.
빨간 사과를 보니 정말로 가을이 왔다는 느낌이 든다. 잘 익은 사과 만큼 단풍도 깊게 드는 계절, 가을.
사과는 말린 과일 중에서도 향이 오래가는 과일이다. 식품 건조기로 8시간 정도 말려주면, 완전 건조된 것보다 향이 조금 더 퍼지는 상태로 만들 수 있다.
사과가 말라 가는 동안에도, 사과 향은 코 끝에서 내 곁의 가을처럼 맴돈다.
말린 과일에서 향기가 난다 책상 아래에 말린
과일이 있다 책상 아래에서 향기가 난다
- 황인찬, <건조과> (「구관조 씻기기」,2012, 민음사)
달큰했던 사과는 말렸지만, 진한 향기가 난다. 입에 넣고, 한 번 씹자마자 본래의 과육보다 더 진한 사과의 향기가 입 안을 지배한다. 게다가 말린 사과는 그냥 사과의 5배에 달하는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고 하니, 향뿐 아니라 영양소도 풍부하다.
말린 사과를 여러 개 씹고 있으니, 비슷한 향이 나는 티 하나가 떠올랐다. 놀라울 정도로 달큰한 마르코 폴로 티. 꽃의 달큰함이 잘 느껴지는 티인데 건조 사과와도 비슷한 향이 난다.
말린 과일은 뜨거운 물속에서도 말린 과일로 남는다
실내에서 향기가 난다
- 황인찬, <건조과> (「구관조 씻기기」,2012, 민음사)
말린 사과는 따듯한 물에 우려 사과 차로도 먹을 수 있다. 새콤, 달콤한 향이 은은하게 퍼져 차가운 가을 공기에도 몸을 따듯하게 만들어 준다.
비타민 함량도 다섯 배나 높아진다고 하니, 일교차가 심한 요즘! 걸리기 쉬운 감기도 예방할 수 있겠다.
예전에, 사과로 청을 만들어 본 적이 있다. 가을부터 시작된 사과 절이기는 겨울이 다 되도록 설탕이 녹지 않아 결국 다음해 봄에야 맛볼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맛이 없어 너무나도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사과를 말려놓으면, 차로 마시기도 간편하고 저장도 쉬워 청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간편하다. 조그만 조각으로도 사과 향이 진하게 퍼질 뿐더러 설탕도 안 들어가니, 건강도 챙길 수 있다.
이번 가을엔 진한 가을의 향 만큼, 달큰한 사과를 말려보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