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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A Sep 28. 2015

더 추워지기 전에, 소풍

선선한 바람, 여유로운 사람들.



예전엔 명절이 다가오면, 무조건 시골로 내려가는줄 로만 알았다. 그러나 점차적으로 명절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유동적으로 명절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와 내 친구도 간단하게 명절을 보내고 시간이 맞아 더 추워지기전에 소풍을 가면 어떨까, 싶어 길을 나섰다. 이미 아침 저녁으로는 공기가 무척이나 차가웠기 때문에 겉옷과 담요를 챙기는 건 필수였지만!



돗자리부터 담요, 소풍이니 만큼 집에서 싼 음식 등 이것 저것 챙기다보니 짐이 한가득이었다. 그래도 둘이서 나눠 들면, 들기엔 괜찮았던 무게.


명절이라 지하철엔 사람이 정말 많아서 내내 서서 이동해야 했지만 소풍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원래는 김밥을 사가려고 했는데 연 김밥집을 찾다가 진이 빠져, 결국 그냥 가게 되었지만!



집에서 약 한시간정도 거리에 위치한 잠실 한강공원. 소풍을 가기엔 정말 적합한 곳이다. 드넓은 잔디, 흐르는 강물- 해가 지면 볼 수 있는 잔잔한 야경까지.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어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다.



한강공원에 들어가서 조금 걷다 보니 예쁜 풍경들, 그리고 이미 소풍을 만끽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가볍게 산책하는 사람도,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걱정없이 웃는 모습에 내 마음도 함께 가벼워졌다.


그들도 우리처럼 오늘 하루를 여유롭게 보내고 싶었겠지, 생각하니 이 공간이 사람들의 여유로 가득 찬 것 같았다.



한강은 잔잔하게 흐르고, 바람이 살짝 불면 함께 나부끼는 풀들. 보기만해도 마음이 시원해지는 풍경이다. 조금 걷다가 우리는, 강이 보이는 자리에 돗자리를 깔았다.


양 옆엔 나무와 무성한 풀들, 앞에는 꽃과 강이 보이는 자리라 마치 요새같은 느낌이 들어서일까, 음악을 트니 정말 이 곳에 우리밖에 없는 듯 했다.



나름 또 명절이라고, 몇 가지 명절음식과 몇 가지 편의점 음식으로 한 상을 차렸다. 차린 건 없지만 두 명이서 배불리 먹기에는 괜찮았다. 그 중 가장이었던 것은 햇빛이 따듯한 날씨에 마시는 식혜.


우리 할머니가 곱게 담은 식혜는 달콤하고 고소한 맛에 자꾸만 손이 갔다.


'소풍'을 나온 게 정말 오랜만이라 그저 먹기만 하는데도 즐거운 느낌 가득, 좋은 사람과 함께라서 더욱 기쁜 마음 가득, 그리고 집에 있는 가족들과 오고싶다는 희망 한 가득이 마음에 쌓여갔다.



이미 지고 있는 노을을 보며, 즐거운 식를. 도착해서 식사를 할 땐 이미 해가 들어가려고 준비중이었다. 덕분에 더 따사로운 빛을 받으며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밥을 먹고, 우리는 한강 근처에서 사진을 찍었다. 남는 건 사진뿐이라고, 나도 그리고 너도 카메라에 담았다.

 

우리는 아주 예쁜 얼굴을 가지지는 않았지만, 서로에겐 더 없이 소중한 한 사람이다. 



밥도 먹고, 간식도 먹고. 먹다보니 쏟아지는 잠. 그리고 들려오는 바람소리. 마치 자장가처럼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더라. 근처를 둘러보니 다들 누워있길래 부끄럽지 않게 누울 수 있었다.



해가 지고, 우리 주위가 풀이 많아 급격하게 많아진 날파리 덕에 더 트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마침 슈퍼문이 뜬다는 날이었기에 해가 지자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다. 달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들고 오시는 분들도 많았고 달을 안주삼아 한 잔 하려고 나오시는 분들도 많았다. 우리도 나무 옆에서 달을 보며 오늘 하루가 참 여유롭고 행복하게 지나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이제, 영화를 보며 맥주 한 캔. 술을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이런 날엔 꼭 라이트한 맥주 한 캔이 그립다. 이렇게 한가로운 날에 어렵다는 영화 인셉션을 보려고 하니 또 머리가 지끈지끈. 결국 우리는 영화를 다 보지 못하고 껏더랬다.


그러고나니 우리 모습이 참 웃겨보여서 또 웃다가, 음악을 틀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가 바라본 나의 모습은 이랬을까. 누군가 나를 보았을 때, 나는 얼굴에서 행복한 기운이 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내 얼굴만 봐도 그이가 함께 즐거워 졌으면, 그래서 나를 또 찾아주었으면.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니, 아무리 탁한 서울이래지만 별도 띄엄띄엄 보이더라.



이제 정말 집에 가야 할 시간. 사람들도 어느정도 자리를 떠나고 우리도 자리를 정리했다. 가기 전에 한강 주변을 둘러보니 예쁜 야경이 발을 잡는다. 그래도 다음을 기약하며, 가을 소풍과 작별을 고한다.



담요와 겉옷만 있다면 춥지 않은 날씨. 물론, 너무 얇게 입는다면 감기에 걸릴지도 모르겠다. 살짝은 쌀쌀하지만 오히려 담요 덕에 포근했던 기억에, 나는 오늘 참 따듯한 하루였다고 떠올리게 될 것이다.


더 차가워지기 전에 소풍을 다녀오는 건 어떨까. 여름보다 더 쾌적한 환경에서 소풍을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잔디밭 위 돗자리 하나만으로 마음이 풍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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