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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A Oct 04. 2015

가을 낭만이 필요하다면, 하늘공원으로

억새와 해바라기가 가득한 하늘공원


가을, 축제의 계절이다. 각종 꽃과 관련된 축제부터 억새 축제, 불꽃 축제 등 다양한 축제가 매일같이 열리고 있다.  그중 가을의 으뜸 축제는 억새 축제. 분위기 있는 사진을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높은 가을 하늘, 시원한 가을 바람 속 흩날리는 억새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바람이 잦은 10월의 금요일, 두 여자는 준비가 다 안 된 하늘공원을 찾았다. 정원 박람회는 다음날인 토요일부터 시작되고, 억새 축제는 1주일  뒤부터 시작된다고 했지만, 사람이 많으면 오히려 제대로 즐기지 못할 것 같은 마음에 들러보게 되었다.



하늘 공원 가기 전, 평화의 공원에 잠시 들러  미완성된 정원 박람회를 조금 보았다. 갖가지 꽃이 심어져 있어 눈이 즐거웠던 정원 박람회. 우리는 모두 다 보지는 못했지만 준비를 많이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제 각각의 색을 내며 스스로를 뽐내는 꽃들을 보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차오른다. 꽃은 어쨌든 여자의 로망이고, 또 낭만이니까.



하늘 공원으로 가는 계단에 서서 바라본 풍경들. 구름이 많고, 해는 듬성듬성 비추지만 그래서 더 아름답다. 뜨겁지 않은 햇살은 다행히도 오늘 하루를 지치지 않을 수 있게 했다.


하늘 위 구름은 아득하고, 바람은 스치듯 나를 놀리며 함께 걸었다. 가끔 바람이 심하게 불어오면 또 나름대로 시원하고 즐거움에 한번 더 웃으며 지나갔다는 이야기.



도착한 하늘 공원. 하늘은 높고 억새는 하늘에 손을 뻗듯 뻗어있다. 바람에 흩날리지만 다시 한 번 솟아오르려는 듯, 하늘과 맞닿고 싶어 했다. 억새가 가득한 들판을 바라보고 있으니 꼭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에 들어온 것 같았다.



억새는 여자를 분위기 있게 해 준다. 푸른 하늘에 대비되는 억새의 흐린 회색과 동시에 진한 초록색이 분위기 있는 장면을 연출한다. 높은 하늘이 푸르렀으면 조금 더 예뻤을 텐데, 구름 가득한 것이 아쉽기도 하다.


그러나 구름이 없었다면 또 한 폭의 그림 같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구름은 마치 파스텔로 그려놓은 듯, 억새 밭 뒤로 끝없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어느 날 그대가 나에게 왔고  나는 갑자기 무대 위로  끌어올려졌어요 
그대를 만나기 전에 무엇을 사랑했는지 생각나지 않아요


- 연극이 끝나기 전에, 심규선


마치 나도 연예인이 된 것처럼 분위기 있는 사진들을 찍을 수 있었다. 사랑하는 연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사랑을 속삭이고, 친구끼리는 즐거운 추억을 남기며 넓은 억새밭 속에서 제각각의 꿈을 꾸고 있다.


마음에 담긴 억새는, 쉽사리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어찌 그리 보고만 있어도 가을 냄새가 나는지, 내가 지금 이 곳에 서 있다는 것을 뻐근하게 알려주는  듯했다.



또, 넓게 핀 해바라기들. 아쉽게도 해를 바라보고 있지 않아서 아주 예쁜 사진은 건지지 못했지만, 풍경에 홀려 가만히 서서 음미했다.


해와 다들 등지고 있길래, 정말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건 아니었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그래도 낭만 가득한 해바라기 앞에서 다들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그 속엔 나도 있었다.



가을이 되자 여름보다 훨씬 더 빨리 해가 지기 시작했다. 태양은 붉게 타오르고 억새는 덩달아 함께 타오른다.  정말 이제 가을이구나, 바람도 태양도 여름의 그것과는 다른 느낌이 든다.


여름의 태양은 기운이 넘쳐 주체하지 못했었다면 가을의 태양은 온화하고 자비로운 기운이 감돈다. 어딘가를 황금 빛으로 물들이기도 하고 바람이 불어도 너무 춥지 않게 보듬어준다.



그렇게 서로 따듯하고 아련한 시간을 보내고, 마치 영화 속에 다녀온  것처럼 새로운 세계를 만난 느낌에 벅차오른다. 억새밭에 들어온 순간부터 해바라기를 만나고, 사진을 찍던 일련의 과정이 스쳐지나 간다.


눈을 감으면 아직도 그 날의 흩날리는 억새들이 생각난다. 같은 바람에 휘날리지만 각각이 존재인 하나의 개채들. 바람은 알까, 그들의 생각을.



집에 돌아가는 길, 도로엔 차가 꽉 막혀 현실을 보여주지만 이마저도 낭만 가득해 보이는 건, 착각일까. 하늘 공원에서의 하루가 낭만적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잃어버린 가을의 낭만을 즐기고 싶다면 하늘공원을 찾아보는 게 어떨까. 계절에  우울해하기보다 계절을 즐기다 보면 그 계절을 사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시원한 바람과 아득한 들판, 그리고 지저귀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제각각 흩날려 하나의 풍경을 만든다. 가슴 가득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은, 풍경에 감탄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저 누군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 제격인 하늘공원. 이번 가을엔 공원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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