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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A Oct 22. 2015

요즘 같은 , 한가로운 하루

시간이 된다면, 여의도 순회


공기가 차다. 성난 겨울이 따스한 가을을 자꾸만 밀어내려고 하는지, 바람은 매섭기만 하다. 그래도 덕분에, 지독한 더위 때문에 지쳤던  지난날들을 웃으며 추억할 수 있게 되었다.


날은 차갑지만 한없이 여유롭다. 하늘은 높고 푸르러 자꾸만 어딘가로 떠나라고 이야기하는 것 만 같다. 그러면 나는 또 가만히 있지 못하고 훌쩍, 떠나 보기로 한다.



여의도를 찾은 건, 순전히 공원 때문이다. 선유도 공원부터 여의도 공원, 그리고 여의도 한강 공원까지 한가로운 하루를 보내기에는 더없이 적합한 공원들이 한가득이다.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도, 분명 여유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돗자리를 깔고 누웠다.



하늘이 높고 청명한 날엔, 어떤 풍경이라도 마음속에 담기는 법이다. 푸른 나무들 뒤로 회색빛의 건물들이 오묘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높고 낮고, 여유롭고 바쁘고, 푸르고 탁하고, 자연이고 아닌 것들이 서로 뒤엉켜있다. 신기하게도 이질감 없이 한데서 어우러진다.



어느 새 나무도 조금씩 붉게 물든다. 아직은 푸른 나무들이 나중이 되면 모두 물들어 또 다른 풍경을 보여줄 것이다. 다들 바쁘게 어딜 가는지, 한적한 풍경을 감상할 시간이라도 있는지.


이 도로 위는 버스조차 여유가 없다. 사람이 서 있어도 제스처가 없으면 멈추지 않는다.

여의도는 모두 바쁜 걸까.



그렇게 같은 여의도에서 또 버스를 타고 또 다른 곳의 여의도 공원에서 만난 한가로운 오리가족들.  급할 것 없는 몸짓에 나도 함께 여유롭다.



어둡고, 푸르러서 무서워 보이기 까지 하는 강물은 누구보다 한가롭다. 걱정 하나 없어보이는 그들을 보고있으면, 나도 아무렇지 않게 웃을 수 있을 것 만 같다.



어느 새 해는 저물 준비를 하고, 그 때문에 모든 물체는 붉은 빛을 띤다. 명화 속에 들어온  것처럼 그림 같은 풍경 속에서 나는 미술관에 온 관람객처럼 조용히 그림을 음미한다.



높고 푸르렀던 하늘이 이젠 어둠에 잠식되어간다. 구름 한 점 없어 위를 바라보면 아득해져만 가는 하늘에 괜스레 울컥, 하며 우리 아빠는 하늘을 볼 여유가 있을까? 생각한다.


고마워요, 한마디 어려워하는 나 자신이 종종 부끄러워지는 요즈음.



그렇게 해는 저물고, 나의 여유롭던 하루도 끝이 난다. 밤이 되면 매서운 공기가 자꾸만 여유를 빼앗아 간다. 이런 날엔 따듯한 음료 하나를 들고 버스를 탄다.


따듯한 날이 아니어서 더 낭만적인 날들. 한가롭지 않아도 한가롭게 여유를 찾아보자. 단 몇 분 이라도 산책을 하고 나면 하루가 좀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그조차도 힘들다면, 내가 담아온 풍경들이 당신에게 안식을 찾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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