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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A Oct 28. 2015

종로에서, 너와 나는.

즐거운 하루를 보내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할 때 즐거운 사람이다.

비가 온 다음날은 추웠다. 아무리 햇살이 쨍쨍해도 서늘한 공기가  온몸을 휘감는다. 겨울을 가는 가을의 한 복판에서 우리는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우리는 오래된 친구사이가 아니다. 그저 어느 아카데미에서 처음 만나 마음이 맞았고, 또 한번 보고 싶은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했기에 여건이 된다면 꼭 다시 이야기해보고 싶은 사람이었다. 우리는 비슷한 취미를 가졌고 크게 다르지 않은 속성을 가졌기에 이야기 하기 편안했다. 그래서일까, 10년 친구 같은 느낌이 난 것은.



종로에 유명한 카페가 하나 있다. 카페가 없을 것 같은 주택가에 위치한 식물이라는 곳. 이젠 유명해서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 그 만큼 공간 자체로 매우 매력 있는 곳이다.



너랑 나는 음료를 주문하고 펜을 꺼냈다. 무얼 쓸까 고민하다 발견한 것은 전시회 스티커.



김허앵 작가의 개인전 <Bad Ending> 전시회를 살짝 들렀었는데, 그 곳에서도 스티커를 배포하고 있었다. (앞 글 중, 독립출판사에서 나는 이 스티커를 집어온 적이 있다.) 그녀를 만나기 전이었어서, 그녀에게 줄 스티커를 챙겨나왔고 우리는 그 스티커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스티커도 살짝 잔혹한 모양새고, 그에따라 우리도 살짝은 잔인한 느낌의 그림과 글을 썼다. 비둘기야 미안.



잡지를 보며 이야기 한 내용. 그녀는 나와 그녀를 귀엽게 그려주었다.


끄적 끄적 이야기하며 글을 쓰며 그림을 그리며. 한 번에 다양한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매우 매력적이다. 서로에게 서로의 그림을 주고받으니 마치 선물을 받은 것 같았다. 어쩌면 선물보다 훨씬 더 값진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간직만 잘 한다면 서로의 흔적을 평생 가질 수 있으니까.



커피를 마시며 카페를 둘러보며.  이곳저곳을 탐색하듯 훑어보았다. 잔잔한 듯 특색 있는 이 곳은 종로의 독특한 모습을 한 데 모아놓은  듯했다.


종로는 특이한 동네다. 과거와 현재가 엉켜있기도 하고 가난과 부유함이 극명하게 갈리는, 그런 도시.



그리고 좌석만 옮겨 시작된 2차. 커피를 마셨으니 술을 좀 마시고자 칵테일과 샹그리아를 주문했다. 복숭아와 청포도가 들어가 달달한 맛을 내는 스파클링 샹그리아와 세 가지 베리가 들어간  그리워져라,라는 이름의 칵테일. 취기가 오르지 않을 만큼의 알코올은 그 날의 즐거움에 한 몫했던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사진아카데미에서 만난 사람들 답게 이젠 사진을 찍어보자- 했다.



내가 본 그녀의 얼굴에는 소녀스러움과 동시에 날카로움이 있었다. 그래서일까 환한 미소도 어울리지만, 무언가 탐탁지 않아하는 얼굴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



나태한 표정을 곧잘 지으면서도, 사실은 순수하고 해맑아서 매력 있는 여자.



호기심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지만 무언가 두려운 모양이다.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 상황에서의 그녀는 과연 어떤 생각으로 이런 표정을 지었을까, 분명히 나와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유리창에 붙어있는 회색의 스티커 덕에 묘한 매력이 묻어나오게 된 사진. 분위기나 배경이 모두 묘하게 나와서 만족스럽다. 푸른 계열이어서 약간은 우울해 보이는 그런 사진.



그리고 나의 얼굴. 이런 사진으로 봐도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보기는 참 어려운 것 같다. 그래도 오래간만에 예쁘고 분위기 있게 사진이 나와서 기분이 참 좋은 날이었다.

            

둘이어서 아쉬웠던 건, 함께 사진 찍기가 힘들다는 것. 그렇지만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기엔 더욱 좋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리의 하루는 단지 사진을 찍고 먹고 마시고- 가 끝이었지만, 그 안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을 시도한 것은 매우 소중한 경험이었다.



너와 내가 온전히 서로에게 집중하며 소통한다는 건, 생각보다 힘들다. 그래서 그런 상대를 만났을 때 나는 더욱 행복해진다. 이 날은 그런 날이었다. 행복했던 날.




이젠 추워서 산책을 하기가 힘들어졌다. 실내에서도 충분히 재미있게 노는 방법이 많으니, 좋은 사람과 함께 진정한 소통을 향한 이야기를 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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