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주는 평생의 벌

by 채지연

의외인 것은 엄마와 통화를 하고도 울지 않았다. 그저 잠을 자지 못했다. 추가 약 2알, 수면제 2알. 원래 먹어야 하는 약 9알. 다 먹었음에도 잠을 자지 못했다. 몸과 마음이 지쳐서 너덜너덜해졌음에도 잠이 오지 않았다. 까만 방안에서 아빠의 코 고는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엄마의 악 소리와 우는 소리에 진이 빠졌다. 두 시간 넘게 통화를 하고 나는 지쳐 드러누웠다. 긴 터널을 숨을 참고 지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나의 긴 숨이, 어디 까지 참을 수 있을까. 내기하는 것 같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빛이 보이지 않는다. 깜깜한 터널 속에서 나는 숨이 막혀 죽어간다. 얼마나 멍청한 짓이고, 어리석은 짓인지를 잘 안다. 엄마와 싸우는 일이 그런 우둔한 일임을 잘 안다. 아니 싸움도 아니다, 일방적인 엄마의 감정에 절여지는 일이다. 김장철 배추가 소금에 절여지듯, 나는 엄마의 감정에 공감해야 하고, 아파해야 한다. 그러기엔 나는 지쳤다. 동생도 말했다.


“누나, 엄마의 감정에 우리는 어디까지 이해하고 맞춰줘야 해?”

“글..쎄”

“나는 내가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 같아”


엄마가 뱉는 감정에 나는 넙죽넙죽 받아먹어야 하는 것인가. 한번은 엄마와 진이 빠지게 싸우고 서로의 고성방가로 마무리하였을 때. 내가 한참 소리를 지르고 보니 이미 끊겨있는 전화통을 보며 하염없이 울다 잠든 적이 있었다. 아주 오래 잠을 잤다. 깨어나지 않을 그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꿈은 나를 받아주지 않았다. 현실이 싫어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조차 엄마는 나에게 말했다.


“못되고 이기적인 년”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량을 한껏 올렸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가득 채운 카톡 창도, 메시지 창도 보고 싶지 않았다. 모든 게 감정 소모하는 기분이 들었다. 두 손으로 귀를 한 번 더 막았다. 엄마의 모진 비난이 음악 소리를 뚫고 들어왔다.


“나도 이제 네가 지친다. 너 나 볼 생각하지 마.”


엄마는 나에게 벌을 주었다. 평생 나에게 자신을 보여주지 않는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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