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으니 괜찮은 줄 알았다. 울지 않을 뿐 잠을 자지 못했다. 마음에 상처가 나지 않으니 몸에 상처가 나기 시작했다. 수면제와 안정제가 뒤섞여 내 정신이 온전치 못했다. 비틀거리다 아무렇게나 넘어져 버렸다. 몸 이곳저곳에 커다랗게 피멍이 들었다. 벌어져 피도 났다. 아픔이 느껴지지 않았다.
약을 발라주던 남편은 약을 먹는 나를 제지했다. 나는 약을 그만 먹지 못했다. 약이 없으면 잠들지 못했다. 그냥 편하게 잠자고 싶었다. 아무런 꿈도 꾸지 않고 푹 자고 싶었다. 자꾸만 중간중간 깨고, 쉽게 잠들지 못하는 까만 밤이 무섭다. 온통 까맣고 조용한 세상이 무섭다. 엄마의 목소리가, 엄마의 얼굴이 또렷이 들리는 밤이 두렵다
“어떻게 그렇게 말간 얼굴로 나한테 거짓말을 하니. 너 참 못됐다”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두 시간이 넘는 비난을 들었다. 내가 그렇게 잘못한 걸까. 명절에 아빠를 찾아온 게? 나도 마음 둘 곳 하나 없는 내가, 아빠를 찾아와 하하 호호 웃은 것이 그렇게 잘못된 걸까. 기차 안에서 서럽게 울던 내가 부끄러웠다. 엄마의 울음소리가 환청처럼 울렸다. 눈을 감아도 안 된다. 귀를 막고 노래를 크게 틀어도 그 소리가 뚫고 더 선명하게 들린다.
약 없이 잠들고 싶다. 꿈을 꾸지 않고 싶다. 긴 단잠을 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