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었고 내 마음도 따라갔다

짠내와 달큰함

by 채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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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 살면 사계절 내내 다른 바람이 분다.

봄에는 달큰한 벚꽃 바람이 불어와 마음이 살랑거린다.

여름에는 소금기 가득한 짠 내가 불어와 손끝에 바다를 머금은 다.

가을에는 적당한 서늘한 바람이 좋아, 산책하고픈 바람이 분다.

겨울에는 살갗을 파고드는 추위가 마음마저 파고들어 이불속에서 꼼짝하기 싫어진다.


바람에 따라 나의 옷차림이 바뀌듯 마음가짐도 달라진다. 요즘은 날씨는 벚꽃과 짠 내가 섞여서 불어온다. 잔잔한 파도에 실려 오는 나뭇가지들을 몇 개 주워다가 창가에 걸어두곤 한다. 봄과 여름에는 바람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다. 휘이잉 창가를 괴롭히는 소리가 아닌, 창가를 톡톡 두들기는 소리. 그 소리에 내가 반응하여 창문을 열어둔다. 조개껍데기와 모빌들을 엮어 창문을 열면 바람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듯 영롱한 소리를 낸다.


가만히 소파에 기대어 눈을 감고 그 소리를 들으면,

나와 바람은 대화를 한다. 바람이 불었고 마음이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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