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었다
의욕이 많이 떨어지는 요즘이었다. 공모전, 지원사업도 다 떨어지고 덩달아 컨디션마저도 같이 하락했다.
텐션을 올려보고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커피 한 잔을 내렸다.
집안을 가득 메운 커피 향이 나를 깨웠다.
그래도 도저히 마음마저 깨우지 못했다. 커피가 나를 채우지 못해, 다른 향을 찾았다. 최근에 샀던 풀 냄새 가득한 디퓨저가 있는 작업실로 향했다. 책 한 권을 꺼내어 가만히 아무 소리 없이 줄줄 읽어 내려갔다. 귀도 마음도 코도 오롯이 향기로 채워 글을 읽었다.
가끔은 향기의 품 안에 안겨 쉬어갈 때가 있다.
책 한 권이 끝날 즈음 향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디퓨저를 내 코끝에 가져와 킁킁 맡아보았다.
풀 냄새가 몸 안 가득 채워졌다.
쉬지 못한 나날들을 보상받는 기분이 들었다.
책과 디퓨저를 머리맡에 두고 그 자리에 누워 잠이 들었다. 꿈을 꾸었다.
싱그러운 풀밭에 햇살을 받으며 잠드는 평온한 꿈.
향기에 절어진 내 꿈속은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