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칠월 낮 열두시

일년중 가장 더운 칠월, 하루 중 가장 더운 12시에, 나는 태어났다

by 채지연

여름은 나에게 가장 행복한 생일이 속한 계절이다. 땀을 잘 흘리지도 않고, 더위를 잘 타지 않기에, 조금의 바람이 있다면, 할머니집 대청마루에 누워 잠들곤 했다. 이마에 몇 가닥 붙어있는 앞 머리칼을 쓸어 넘기는 바람과 고추잠자리들이 윙윙 날아오는 것들이 귀찮지 않았다. 되려 그 간질거림이 잠을 더 솔솔오게 했다.


이런 나라도 견디지 못한 더위가 있는 날에는 집 근처 꼬랑으로 발 담그러갔다. 바다는 너무 깊고 무섭지만, 꼬랑은 얕고 발만 담가도 괜찮았다. 가끔 돌을 들추면 숨어 있던, 피라미들이 흩어지는 모양새가 웃겨서 까르르 웃곤했다. 나의 여름방학은 따로 날을 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심심한 날 집 밖으로 나가면, 모든게 나의 방학이었다.


가끔 나무에 열린 열매의 과육을 눌러보고 통통하게 살이 올랐거든 옷에 스윽 닦아 베어물고 떫은 과일이 있거든 바로 뱉어 내곤 했다. 그것도 여름의 맛이었다. 여름이라 해서 모든것이 달고 싱그럽지 않았다.


잊고 있었던, 나의 여름방학을 다시 찾아보려한다. 어른들은 나에게 말한다 '일은 하고 있니?' '회사는 어디에 다니고 있니?' 매일 남보다 느리지만 차근차근 일은 하고 있다. 보통과 다른 삶은 살고 있다고 내가 틀린삶은 살고 있는 것은 아닌데, 왜 다들 나를 조급하게 보고 충고하는것인지 모를일이다. 여름의 떫은 과일을 뱉어냈던 나처럼, 힘든일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억지로 보통의 삶을 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내가 쉬고 싶을때 여름방학을 떠나도 된다. 짧지만, 즐거웠던 나의 여름방학 기록을 적어보려 한다. 살믜 매 순간이 달디단 과일이 아닐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