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들고 온천천을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것은 장기두는 할아버지들이었다. 장기판은 한편의 삶이라고 했던가, 다양한 손들이 왔다갔다 한다. 털이 수북한 손, 까무잡잡하니 검버섯이 핀손, 나보다도 더 고운 하얀 백색의 손, 주름이 가득 팬 손, 인생을 말해주듯 다양한 손들이 장기판을 지나다닌다. 호기심가득하니 옆에, 의자에 젊은 둘이 앉아 그 장기판을 바라보고 있으면 힐끔 우리를 바라보다 무어라 말하려다 만다. 다시금 장기판에 집중한다. 그 말이 궁금해 장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만 십분, 이십 분, 삼십분이 지나가도 장기말들은 몇 번 움직이지도 않고 끝나지도 않는다. 천천히 움직이는 장기말 사이에서, 침묵만 흐른다. 규칙도 모르는 장기판이지만 에헤이 라는 탄식이 들리면 같이 안타까워하고, 오라는 환호성이 터지면 손뼉을 친다.
도파민에 절여져, 릴스만 보던 내가 이런 느린 콘텐츠를 또 볼일이 있을까 싶어 가만히 턱을 괴고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