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랬다

쌓인 시간들

by 채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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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코더에 삑소리가 나지 않기 위해 밤낮 연습했었다.

친구들과 사소한 말다툼이 있던 날이면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였다. 티끌만 한 여드름이 얼굴에 올라오면 신경이 쓰여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곤 했다.

그때의 나에게는 별거 아닌 것들이 별처럼 커다랗게 다가오는 시기였다. 시간이 지나고 클라이언트들의 고함에도 이골이 나서, 기계처럼 죄송하다는 말이 자동으로 나오는 감정 없는 사람이 되었다. 친구들과 사소한 말다툼이 없어질 만큼 연락이 뜸해져 가끔 안부 인사도 나눌까 말까 하는 사이가 되었다. 여드름이 날 수 없는 건조한 피부가 되었다. 별거 아니었던 일들이 추억처럼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날들이 오고 있다. 그땐 그랬었지, 나에겐 그런 때가 있었지 하고.

그래도 아직 소주가 달지 않아서 사이다를 살짝 섞어 마시긴 하지만,

맥주도 씁쓸해서 달콤한 과일맥주를 찾지만. 시간이 쌓이고 쌓여 지금 이 시각도 그랬었지, 하고 웃을 날들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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