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하다

빨래 한번에 사라질 인연

by 채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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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통 가득한 세탁물을 세탁기에 욱여넣고 세제를 넣고 시간이 지나면 말끔한 새 옷이 된다. 가끔 뱅글뱅글 돌아가는 세탁기를 보면 생각한다. 내 머릿속을 저렇게 깨끗이 씻어내고 싶다고. 이 소리 저 소리 들으며 더러워진 귀를 씻어낸 어떤 왕처럼 머릿속을 말이다. 너무 시끄럽다. 회사에서 듣는 잔소리들, 나와 상관없는 사람의 참견. 모든 게 듣기 싫어질 때면 나는 빨래를 한다. 나의 복잡한 머릿속도 다 말끔히 지워달라고. 내가 결혼식 없이 혼인신고를 했든 안 했든, 시댁 식구들에게 잘하든 안 하든, 정신과 약을 2년 이상 먹든 안 먹든 그건 나의 일이다. 이러쿵저러쿵 내가 없는 곳에서 나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이들을 알고 싶지 않다. 결론까지 내서 나에게 통보하듯 ‘너는 이런 사람이다. 그러니 잘못되었다’라는 결론까지 이어지면 나는 견딜 수가 없다.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이 없었으면 좋겠다. 나에 대한 동정도 위로도 필요 없다. 나는 이 빨래 한 번에 사라질 때 같은 사람들의 인연은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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