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타임

by 채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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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주 오래된 기억은 엄마와 빨래를 정리하는 기억이다. 나는 아주 어린 아이였고 엄마는 아줌마라 불리기에 아주 젊은 아가씨였다.

서로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거실에서 고사리손으로 내가 정리하면 엄마는 다시 빨래를 정리해주는 기억이었다. 수많은 기억 중 왜 그 기억만 남아있는지 이유는 모른다.


엄마와 나의 균열이 생길 때마다 그때의 기억이 비집고 들어올 때가 있다. 적어도 엄마와 나의 사이에 좋은 기억이 하나쯤은 있지 않으냐고 나의 마음이 변호해주는 것 같다. 나는 그때 엄마에게 쉴 새 없이 무어라 종알종알 말을 한다. 엄마는 가만히 나의 말을 들어주며 미소를 짓고 있다. 저렇게 엉망으로 빨래를 개는데도 말이다. 어떤 세월이 엄마와 나의 사이를 이렇게 바꾸어 놓았을까.


가끔은 눈을 감고 상상한다는 저 풍경 안으로 들어가 엄마의 무릎에 머리를 베고 눕는 상상. 그러면 엄마는 나의 이마를 쓸어 어린 나에게 주던 미소를 나에게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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