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by 채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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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발톱 안에 들었던 멍이 어느새 발끝으로 움직였다. 처음 멍이 들었을 때 아픔은 말로 할 수 없었다. 그 아픔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져 색만 희미하게 남았다. 시간은 흘러서 아픔이 움직였다. 지나가지 않을 거 같은 아픔의 시간이 어느새 훌쩍 지나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진다. 그리고 살아진다. 나는 쓸데없이 기억력이 좋다. 그래서 멍이 빠진 과거를 돌아보기도 하고 아직 멍이 덜 빠진 아린 과거를 돌아보기도 한다. 미련한 짓이다. 가끔은 그 멍들을 꾹 눌러본다. 그때의 아픔이 고스란히 마음에 박힌다. 나에겐 그런 멍들이 너무 많다. 제각기 다른 크기의 멍들. 아픔이 제각기이듯 말이다. 나는 매일 10알이 넘는 약을 먹어야지만 잠들 수 있다. 벌써 약을 먹은 지 3년이 되어간다. 내가 약을 더 이상 안 먹어도 되는 날이 오게 되면 그땐, 멍들이 다 사라지는 날일까. 한 번씩 멍들이 욱신거리는 날이면 꾸역꾸역 약을 삼키며 간신히 버텨낸다. 언젠가 사라지겠지. 그리고 살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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