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짓는 소리가 들렸다

더이상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by 채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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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도 도마 두들기는 소리가 들리면 눈을 떴다. 치익하고 압력밥솥 소리가 들리면 잠에서 깨곤 했다. 평화로운 아침이었다. 우리 가족의 시간은 평범했다. 오래도록 익숙할 만큼 흔하고 평범한 가족이었다. 그러다 내가 먼저 떠났고 그다음 동생이 떠났다. 그리고 엄마가 떠났다. 아빠는 혼자 남았고, 더 이상 집에는 밥 짓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아빠는 가끔 나에게 전화한다. 우리의 전화에는 ‘왜’라는 말이 없다. 전화하는데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안다. 헛헛하고 외로움에 전화하니깐. 아빠는 할 말이 없이 그저 나에게 뭐하냐고 묻는다. 나는 그것을 알기에 주저리주저리 아무 말이나 늘어뜨려 놓는다. 그러다 정적이 생기면 아빠는 결국 알았다며 전화를 끊곤 한다. 아빠의 외로움이 전화기 너머로 느껴져 나까지 괴롭다. 아빠는 모두가 살던 집에서 방 한 칸짜리 원룸으로 집을 옮겼다. 우리의 빈자리는 컸고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집은 지옥이라 했다. 나또한 그 정적이 싫어 매일 큰소리로 티비를 틀어놓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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