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준비

그림움으로 절인 계절

by 채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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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겨울보단 여름에 더 바빴다. 땀을 많이 흘리는 직종을 가졌던 아빠 덕분에 하루하루가 특식이었다. 엄마는 매일 시장에 가서 장을 봐왔고 나와 동생은 오늘은 무슨 음식일까 기대하곤 했다. 콩을 갈아 설탕을 듬뿍 넣은 콩국수는 달콤해서 학교 끝나고 동생과 얼음 동동 띄워 한 병씩 해치우곤 했다. 슈퍼에서 사 먹는 아이스크림도 맛있지만, 엄마가 직접 팥을 삶아 얼음에 올려준 말 그대로 팥만 든 팥빙수가 더 좋았다. 주말에는 네 식구가 모여서 닭에 찹쌀을 포동포동 넣어 삼계탕을 끓여 먹으며 마지막엔 닭죽으로 마무리하면 얼굴에 기름기가 올라 윤기가 났었다. 장이 약해 배앓이를 자주 나를 위해 엄마는 밭에서 매실을 따 한알 한알 씻어 매실을 담아 나에게 먹였다. 먹는 게 재산이라고 했던 엄마의 말이 가끔 떠오른다. 더울 때 먹던 팥빙수가 생각나 팥을 삶아도 그 맛이 나지 않는다. 사 먹는 매실도 그때의 달고 신 맛이 나지 않아, 더 이상 먹지 않는다. 난 그리움으로 절인 계절을 준비하는 것을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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