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나는 어릴 적부터 친구들에게 편지를 써주는 것을 좋아했다. 손 편지란 상대에게 전하는 작은 메시지도 마음이 따듯해지니깐 좋은 선물이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글을 쓰는 것이 어떠한 ‘목적’이 있지 않고서는 쓸 일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우울증을 앓고 나서 일기를 쓰게 되면서 나의 감정을 쏟아내는 일이 되었다. 내 글은 우울의 부산물과 같다. 우울할 때 우울한 음악을 틀어놓고 글을 쓰면 매끄럽게 나의 감정이 쓰인다. 우울함에 적셔진 글을 볼 때마다 나의 삶이 불행하다고 여겨지진 않는다. 어떠한 특정한 일로 괴로웠는지를 적기보다는 그때의 감정에 충실해서 쓰는 편이라,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른다. 지나가는 일은 그대로 지나가도록 두고, 그때의 감정은 잡아두는 것이다. 매번 다른 우울함이 찾아온다. 깊이도 농도도 다르다. 글은 그 감정을 고스란히 남겨둘 수 있기에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